무엇하나 강인한 인상을 주는 투수는 아니다. 하지만 두산의 좌완 레스(31·사진)는 영리한 투수다. 다양한 구질로 타자의 타이밍을 절묘하게 빼앗는데다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피칭의 맥을 짚는다.
동양야구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년째. 2001년 기아에 입단해 한국 무대를 밟은 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해 7승에 그쳐 바로 퇴출. 그러나 그를 눈여겨보았던 김인식 전 두산 감독의 부름으로 2002년 두산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기아에서 별볼일 없었던 레스는 두산으로 팀을 바꾸자마자 16승(8패)을 거두며 성공을 거뒀다. 두산에서의 활약으로 2003년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며 신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지만 요미우리에서 거둔 승수는 고작 2승. 시즌 초반 부상을 당한 뒤 2군을 전전하다 퇴출당했다.
이번에도 버림받은 그를 부른 건 두산. 레스는 두산과 궁합이 잘 맞는 지 올해 13승(8패)을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팀에선 죽을 썼지만 2시즌 동안 두산에서만 따낸 승수가 무려 29승이니 ‘두산맨’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도 선발 레스는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SK 타선을 7과 3분의2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비록 구원투수들이 마무리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깝게 1승을 놓쳤지만 3-2 승리의 디딤돌이 됐음은 물론이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김경문 감독은 “무엇보다 레스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만큼 레스에 대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신뢰도는 높은 편. 동료들과의 친화력도 좋고다른 용병처럼 사고도 치지 않아 그야말로 ‘100점짜리’ 외국인 선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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