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영균/생색용 경기부양책 남발 말라

올림픽 대표팀이 정말 잘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올림픽 성적은 경제력에 비례한다는데 경제 수준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두었기에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더욱 빛난다.

이번 아테네 대회에서 한국팀은 총 30개의 메달을 따내 9위를 했다. 작년에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의 경제력은 14위인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것이다.

올림픽 메달 수는 인구와 국부(國富) 등 경제력과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은 이제 비로소 경제력에 걸맞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경제 회복과 함께 올림픽 성적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다. 경기가 좋아야 올림픽 성적도 좋아진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우리의 경제 현실은 어떤가. 경제가 갈수록 뒷걸음질치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림픽을 뒤로 하고 현실로 돌아가 보라. 화려한 올림픽 경기에 열광했던 사이에 경제는 더욱 가라앉았다.

외환위기 때보다 못한 최악이라 이헌재 경제부총리마저도 ‘경기 회복은 1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고 ‘고백’할 정도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바닥이고 수출마저도 전망이 흐리다. 올림픽 경기(競技)를 보는 재미마저 잃은 서민들의 심사를 걱정했는지 몰라도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각종 대책을 쏟아 내고 있다.

근로소득세와 이자, 배당소득세를 낮추고 가전제품에 붙는 세금도 줄인다고 한다. 세금을 낮춰 기름값을 내릴 테니 소비를 늘려 달라는 주문도 있다. 5조5000억원에 이르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부양책으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까. 경제팀도 경제를 그렇게 만만하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경기를 살리고 싶지 않았던 걸까. 선거를 앞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 않고서야 생색내기용 부양책을 대책이라고 내놓은 의도를 모르겠다.

이웃 일본을 보라. 거품 붕괴 이후 1992년부터 수십조엔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여러 번 내놓았으나 결국은 ‘잃어버린 10년’이 되어 버렸다.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경기부양이나 엔저 등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병을 키운 것이다.

일본은 다행히 지금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 분야의 일본 기업들이 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한다.(다나카 나오키, ‘부활하는 일본경제, 이렇게 달라졌다’)

경제팀은 악화되고 있는 민생경제를 살려낼 복안이 있는가. 한국 경제는 지금 대증요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경제 주체들이 우울증에 빠지게 된 원인을 찾아내 처방을 내려야 한다.

경제팀에 권한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는 핑계로 일본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겠다면 아테네에 다녀온 올림픽팀에 한 수 배우는 편이 낫겠다.

잘살아 보려고 애쓰는 국민과 세계적인 기업을 갖고도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드는 이 정부에도 역시 권하고 싶다. 시장경제원칙을 살리면서 평소에 실력을 쌓아야 경제도 살아나는 법이다. 단기부양책을 남발하면 국민의 신뢰만 잃을 뿐이다.

박영균 경제부장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