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정부’ 하 서민가정 해체 위기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48분


기본생계도 꾸릴 수 없어 전기료를 못 내는 집이 전국적으로 100가구 중 7가구꼴이고, 서울의 상수도요금 연체율은 5%를 넘어섰다고 한다. 과거 여러 차례의 불황 때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그뿐 아니다. 정부가 조사해 당정회의에 올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금, 건강보험료, 수업료 등을 못 내는 가정이 가파르게 늘고, 생활고로 인한 이혼과 자녀 양육 포기도 급증하고 있다.

보고서는 서민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가족 해체 및 위기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민생 관련 지표가 이렇게 나빠진 데 대해 당정이 모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나 ‘깜짝 놀랐다’고 해야 할 쪽은 오히려 국민이다. 민생 챙기기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수없이 말해 온 정부, 걸핏하면 민생투어 한다고 전국을 누빈 여당이 그동안 무얼 하고 무얼 보았단 얘긴가.

정부의 민생조사보고서에 대해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반응 가운데 다른 네티즌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은 내용을 소개한다. ‘서민경제 파탄과 청년실업은 결국 성장엔진이 멈추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이런 경제 파탄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치행태를 보였던 아르헨티나 등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민을 위한다는 좌파주의, 대중주의가 결국 서민 파탄을 먼저 불러온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서민 살린다고 정부가 돈 쏟아서 국가 파탄 만들지 않을까 겁이 난다.’

이 네티즌의 지적에 민심의 핵심이 들어있을 뿐 아니라 상당 부분 적확한 문제 인식이라고 우리는 본다.

정부의 보조금정책만으론 문제를 풀 수 없다. 일자리가 많아지고 작은 장사를 해도 조금은 저축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비로소 빈곤 탈출이 가능해진다. 거창한 분배 개선이나 사회통합을 외치기보다 경제부터 살리라고 대다수 국민이 주문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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