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7시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복집’의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던 단골손님 고모씨(47)는 이 가게의 유성호(兪成昊·37) 사장에게 이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여름철엔 손님이 좀 줄긴 하지만 우리 가게가 적자를 내리라곤 상상도 못해 봤어요. 가게가 들어선 지 27년 만에 지난달 처음으로 적자를 봤습니다.” 계산을 마친 유 사장은 이렇게 털어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라면 손님으로 가득 찰 시간이지만 20개 테이블 가운데 손님이 있는 자리는 5개뿐. 이 시간까지 하루 종일 팔린 음식은 1인분에 2만1000원짜리 복매운탕과 복지리 등 25인분과 병당 3000원짜리 소주 31병이 전부였다.
유 사장의 아버지 유덕근(兪德根·71)씨가 이 자리에 가게를 연 것은 1977년. 1980년 2차 오일쇼크를 맞아 신촌 지역 경기가 바닥을 쳤을 때도 이 지역에서 복 요리를 잘하기로 소문났던 이 가게만은 적자를 낸 적이 없었다.
1992년 아버지와 함께 이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유 사장에게도 이번 불황은 처음 겪는 일이다. “외환위기 때도 상황이 이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때는 돈 많은 사람들의 씀씀이가 괜찮았거든요. 불황 때문에 돈을 아껴서인지, 접대비 실명제 때문인지 아예 단체손님이 사라졌어요. 5명이 와서 복매운탕 3인분에 소주 1병을 시키는 게 고작이에요.”
올해 초부터 손님이 줄어 일하는 사람을 8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1인당 한 달 130만원씩 나가는 월급과 보험료 등으로 인건비만 1000만원 정도. 최근 들어 국내에서 복어가 거의 안 잡혀 재료비도 한 달에 1200만원 정도로 늘었다.
복어뿐 아니라 야채 등의 가격까지 올라 손님이 줄어들 줄 알면서도 2월에는 복매운탕 1인분 가격을 1만5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인상했다. 전기료 가스비 주차장이용료 등을 따지면 매달 고정 잡비만 300만원 정도. 지난달 매출이 2000만원 정도로 줄면서 결국 500만원 정도 적자를 봐야 했다.
“가게를 갖고 있어 임대료를 안내는데도 상황이 이런데 보증금 1억∼2억원에 매달 가게세만 300만∼400만원씩 내야 하는 이 주변 다른 음식점은 열면 열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유 사장의 설명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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