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유롭다구요? 자유는 더 자유로운 자들의 폭력을 정당화시킬 뿐이죠. Fuck Freedom!"
도올 김용옥(金容沃·중앙대 석좌교수)이 '과거사 논쟁' '이라크 파병' '수도 이전' 등 굵직한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록음악으로 표현해 화제다.
도올은 5일 서울 장충체육관서 오후 4시와 7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락(樂)콘서트, 행진하는 거야' 무대에서 록가수 전인권과 함께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분단 세대여,그대들의 가치관을 강요말라"
이날 흰 상의에 검정색 바지, 특유의 검정색 모자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도올은 본업이 가수가 아님에도 뛰어난 가창력과 시종일관 격정적인 무대 매너로 관중들을 휘어잡았다.
특히 자신이 직접 작사한 '락과 청춘'이란 노래를 25분여간에 걸쳐 '록음악 배경에 랩 형식'으로 쉼없이 소화해내 관중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동아닷컴이 단독 입수한 '락과 청춘' 원문은 도올이 공연 당일인 이날 새벽 3시에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올은 이 글에서 "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나의 필명이다. 도올이 바로 록(rock)!"이라고 운을 뗀 뒤, '젊음'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도올은 이어 "조선의 젊은 영혼들이여! 통일은 그대들의 것! 분단의 세대들이여! 그대들의 가치관을 통일의 세대에게 강요치 말라!"며 남북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없이 서투른 여당, 수구적 가치 매몰된 야당"
도올은 또 '락과 청춘'에서 정치권을 겨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올은 이날 아침 지었다는 '엄마'라는 시를 낭송한 뒤 "조국, 엄마, 대지는 한 단어가 아닐까"라며 "우리의 조국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안식처를 제공하는 따사로운 엄마의 품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곧바로 "그런데 과연 여기 몇 사람이 대한민국을 그토록 그리워하느냐"며 "정부, 국회, 정당, 재판소, 언론… 차라리 모조리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시죠?"하고 반문했다.
도올은 "날보고 지금 무정부주의자라고 욕하시겠느냐"며 "도대체 이 땅의 정치가 어디에 있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여당은 자만과 낙관에 빠져있고 하는 짓이 한없이 서투르고, 야당은 비전없이 수구적 가치에만 매몰되어 건설적인 미래를 설계할 능력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의는 방치되어 있고 민생은 표류하고 있다"며 "우리의 조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자유는 더 자유로운 자들의 폭력을 정당화시킬 뿐"
도올은 이어 자신의 국가 비전을 "평화로운 국가, 건강한 사회(Peaceful Nation! Healthy Society!)"라고 소개한 뒤 "국가의 존속은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유지하고 기르고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너무도 많은 이 땅의 사람들이 전쟁을 사랑한다"며 "그래서 전쟁을 사랑하고, 테러를 조장하고, 세계에너지를 독식하려는 미국과 손을 잡는다"고 일갈했다.
도올은 "물론 미국없이 우리가 살 길은 막막하다"며 "그런데 오늘의 미국은 병든 미국"이라고 정의했다.
도올은 이어 "부시가문과 빈라덴가문이 오랫동안 같이 장사를 해왔다"며 "제가 이런 말하면 당장 국가보안법에 걸리겠네요?"라고 반문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건 저 도올의 얘기가 아니라 제 미국 친구 마이클 무어의 얘기"라며 "전 헌재가 무섭고 대법원이 무서운 소시민일 뿐"이라고 말했다.
도올은 "서구 역사는 불란서혁명과 미국혁명 이래 '자유와 평등'을 강요해왔다"며 "자유? 웃기지 말라. 머리카락 하나도 나의 몸에서 자유로우면 죽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자유로운가? 자유는 더 자유로운 자들의 폭력을 정당화시킬 뿐"이라며 무대 위에서 "Fuck, Freedom!"이라고 외쳤다.
그는 "자유보다는 자율, 해방보다는 협동이 시민사회의 덕성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공과 반공이 도대체 뭐가 다르냐"
도올은 또 남북 문제와 관련, "남한은 자유로운 사회, 북한은 평등한 사회? 웃기는 얘기"라며 "이런 개똥같은 서양철학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후반 전인권 씨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개사해 부르자 "이 노래나 'Let it be' 같은 노래는 단순한 팝송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지성인들이 던진 메시지"라며 "천국이 있느냐. 서양 문화는 하나님 만들어놓고 사기친 문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도올은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입으로는 통일 노래를 부르면서, 분열을 획책하고 반목과 이간질을 일삼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공과 반공이 도대체 뭐가 다를 게 있느냐"며 "죽는 것은 우리 동포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니 이제 사람 좀 그만 죽이자"고 호소했다.
도올은 이어 "이 땅의 정치는, 언론은, 지식은 우리 마음을 밴댕이 콧구멍만하게 쪼끄맣게 만든다"며 "정말 답답해 미치겠다"고 울분했다.
그는 "암흑과 고난 속에서 우리는 반만년 역경을 이겨왔다"며 "조중동이 아무리 조져도 잘될 것"이라고, 당초 원고에 없던 말을 하기도 했다.
▼'한오백년' 개사로 수도이전 적극 옹호하기도
한편 도올은 공연 중반 자신이 직접 개사해 열창한 '한오백년'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2절에서 "도도히 흐르는 저한강 물결이여 큰바다로 흘러가라 거센저항 아랑곳없이"라고 호소한 뒤, 3절에서 "눈을 바로 부릅뜨고 쳐다들 보소 우리 앞길일랑 우리가 만듭시다 비관일랑 하지마오"라고 노래했다.
이어 이 노래 4절에서 "곰나루뜰 미호금강에 새세상을 개벽하소 아사달터 홍익인간 새롭게 펼칩시다"라며 '신행정수도 이전'이 '새 세상 개벽'임을 역설했다.
이날 두 차례 열린 공연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관람객으로 잠시 참석, 다른 관중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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