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본래 저리 별이 많았던가…기자가 따라가본 '웰빙캠프'

  • 입력 2004년 9월 8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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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몸과 정신 건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 최대 화두는 ‘참살이(웰빙)’가 됐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로움과 느긋함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 동아닷컴에서는 11월까지 강원도 ‘메첼’ 된장마을과 둔내자연휴양림, 충북 허브랜드를 거치는 1박 2일 일정의 무공해 자연여행, ‘웰빙 체험캠프’를 열고 있다. 그 첫 출발인 지난 8월 28일, 가족 단위로 구성된 30여명의 체험단과 함께 캠프에 다녀왔다.》

▽산골짜기 된장 향과 함께한 구수한 체험▽

서울의 복잡한 도로를 벗어나 차로 너댓시간 달리면 ‘아리랑의 고장’ 강원도 정선군에 닿는다. 여기서 좀더 고불고불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첩첩산중속 너른 마당 가득 장독 항아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진귀한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 마을’, 일명 ‘메첼’에 들어선 것이다.

차에서 내린 체험단을 반긴 것은 황토빛 무명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도완녀 사장의 넉넉한 웃는 얼굴.

‘메첼’은 조계종 초대교육부장을 지낸 돈연 스님(58)과 서울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다녀온 첼리스트 도완녀 씨(50) 부부가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메주를 쑤고 된장을 담그며 산다는 그 마을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산나물밥이 준비돼 있다는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독 길을 따라 된장 내음을 따라간다. 모든 것은 셀프. 남기면 벌금이니 먹을 만큼만 담아 가란다.

빨간 고추장에 무친 더덕이며 쌈장에 가지, 깔끔하고 정갈한 나물 반찬을 항아리 뚜껑에 담아 먹는다. 한 숟가락 떠 넣으면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신선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아가씨 체면도 내버리고 배불러라 큰 그릇 뚝딱 해치운다.

산나물 밥을 푸짐하게 먹으면 도씨의 ‘웰빙 강좌’가 기다린다.

도완녀씨는 조선 된장과 간장으로 산나물을 무쳐 보이며 우리 음식 얘기를 재미나게 풀어냈다.

“조선 된장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인 올리고당은 장까지 이동하여 비피더스균의 영양분이 되고 비피더스균이 늘면 유해균이 억제될뿐 아니라 장운동까지 촉진, 대장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도씨는 왜된장과 간장이 점령한 우리 식탁을 전통 된장, 간장식으로 회복하는 것이 가족 건강을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맨발로 송림 사이 자그마한 오솔길을 걷는 체험도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발아, 고맙다”를 외치며 도씨의 뒤를 따라 나선다. 꼬마들은 나뭇가지 한 개씩 손에 쥐고 노래를 부르며 씩씩하게 걸어간다.

솔잎이 그득 쌓여 푹신한 자연 카페트와 맨질맨질한 자갈이 깔린 오솔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맨발에 전해오는 감촉이 묘하다. 처음의 생소함은 점점 가시고 싸~하니 시원하기까지 하다.

50m가 안되는 짧은 길을 갔다 와선 모닥불에 옥수수를 구워먹는다. 아이들에겐 웰빙 강의보다 군옥수수 먹기가 더 인기있기 마련. 불에 직접 구운 옥수수는 처음 먹어 본다는 5살 채연이와 7살 태협이는 검댕이가 묻어 새까매진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신나게 먹는다.

다음 순서는 ‘된장 댁’ 도완녀씨의 첼로 연주. 첼로를 연주하던 손은 이제 메주를 담그는 손이 됐지만 인생의 깊이가 더해져서일까. 영혼을 울리는 맛이 있다.

사랑을 위하여, 한오백년, 그리운 금강산... 산골 마을에 차례차례로 울려퍼지는 웅장한 첼로의 선율은 1500개의 장독을 울리고 구릉진 산을 넘어 계곡까지 갔다간 어우러져 돌아온다. 도씨와 자연이 함께 빚어내는 선율은 이윽고 거대한 합주가 된다. 감동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소나무향 ‘솔솔~’ 통나무 집에서 단잠을▽

하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번엔 통나무 숙소가 있는 자연 휴양림을 향해 떠날 차례.

영동고속도로 둔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왼쪽길로 8km를 달리면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 자락에 있는 둔내자연 휴양림에 도착한다.

잠만 자기엔 아까운 곳이다. 17만평 규모의 이 자연 휴양림에는 각종 야생식물과 소나무, 전나무가 원시처럼 울창하다. 상쾌하다 못해 시린 듯한 산속 밤 공기 속에서 알싸한 솔향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보니 도심에선 보기 어려운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원래 밤하늘에 저렇게 별이 많았던가….

나무 향을 흠뻑 들이키며 오솔길을 올라가니 동화의 한 장면처럼 숲속 통나무집이 나타난다. 증조 할머니와 함께 온 7살 현민이는 통나무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할머니, 이다음에 제가 결혼할 때까지 살아계시면 여기 다시 와서 함께 자요”라고 말하곤 스스로 부끄러워 숨는다.

▽박하향기 가득한 ‘허브 나라’ 여행▽

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빠져나오자마자 만나는 충북 청원 부용면 외천리 산자락의 상수 허브랜드는 여느 허브농장과 다르다.

특히 이상수 대표의 신바람 강의가 유쾌하다. 리듬을 타듯 강약을 조절하는 어조, “~하게 될거야”라는 말투는 상쾌한 허브 향기와 잘 어울린다.

“휘파민트를 손바닥에 비벼 보세요. 박하향이 묻어납니다. 코로 그 향을 들이키면 감기가 달아나게 될거야. 헬리오트로프 꽃도 따먹어 보세요. 부드러운 초콜릿 향이 혀끝을 감싸며 스며들지요.”

정경화씨(34, 회사원)는 이 대표가 내어주는 휘파민트를 받아 얼른 두 손으로 비벼 현민이와 채연이 두 공주님의 코에 대어준다.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살아 걱정이라면서.

강의를 다 듣고 농장 입구에 들어서면 라벤더향이 아찔하게 온몸을 감싼다. 흔히들 이 곳에 들르면 허브향이 몸에 배어 사흘을 간다고 하던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3000평 규모의 유리온실 가득한 550여종 허브들의 향연.

연인의 사랑을 깊게 해주는 헬리오트로프, 72세의 폴란드여왕이 허브 추출액을 마시고 회춘해 폴란드 왕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로즈마리, 반대로 남성의 매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타임 등 갖가지 허브들이 저마다의 향기를 뽐내며 피어 있다.

왼쪽에 줄지어선 허브들은 눈으로 보기만 해야 하지만, 오른쪽에 줄지어선 허브들은 직접 만지고 먹을 수 있다. 체험단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줄 지어 허브 길을 따라간다.

온실의 한가운데는 이곳 최대의 명소인 ‘허브 터널’. 50m도 채 안되는 짧은 꽃길이지만,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각기 다른 향기에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맨발로 허브를 밟고 지나는 ‘허브 카페트’도 이채롭다. 밟고 가다보면 은은한 레몬향이 느껴진다. 알록달록한 빨주노초 허브 양초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스다.

허브랜드에는 허브 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수령 500년의 용송, 수령 1000년의 천년송 등 100여점의 진귀한 소나무 분재가 있고, 만지면 자식을 낳게 된다는 고추공룡 바위도 있다. 이들을 보고 난뒤 연못 속 수중터널로 들어가면 철갑상어가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허브를 즐기느라 허기지면 온실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로즈마리·스위트바이올렛·레몬타임·세이지 등을 밥에 넣고 비벼먹는 ‘꽃밥’을 맛 볼 수 있다. 이 곳 꽃밥은 인기가 매우 높아 매달 8,000여명의 외국 관광객이 찾는다고.

허브 꽃밥은 싹이나 꽃들이 뭉개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젓가락을 이용해 비벼야 한다. 그냥 비볐다간 어디서 보고 왔는지 이상수 대표가 달려와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 살살 비빈 꽃밥에 설탕의 20배나 단맛을 낸다는 스테미아로 맛을 낸 동치미, 라벤더 된장국을 곁들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화려한 꽃 밥을 떠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상큼한 향기가 온 정신을 아찔하게 한다. 분위기에 취하고 향기에 취해서일까, 서로의 입에 꽃 밥을 한 입씩 넣어주는 중년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로마 테라피라도 된 것인지, 3시간 여의 허브 나라 여행을 마치고 나오는 일행들의 얼굴에서도 박하향이 났다.

함께 여행을 간 박수연(24,회사원)씨는 “어제 오늘 긴 시간 버스를 타느라 힘들었지만 이번 웰빙 체험덕에 영혼이 싱그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가식과 고민을 다 날려버리고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 갑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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