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는 급격한 변화를 주도했다. 미전향 장기수 북송과 주적론 폐지, 국가정보원의 대북(對北) 기능 약화, 전방 선전물 철거 등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들의 상당 부분을 수용했다.
북한은 어떤가. 적화통일을 명시한 노동당 규약의 개정 기미는 없고, 국군포로와 납북자에 대한 생사 확인조차 거부하고 있다. 남북간 경제교류가 활발해졌다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이익과 필요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반면 군사부문에서는 6월 합의한 전방 선전물 철거 약속도 지키지 않는 등 최소한의 신뢰구축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보법 폐지 주장에 대해 ‘일방적 무장해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폐지 발언 직후 재야단체 홈페이지에 ‘김일성 장군 전설집’이 버젓이 게재되는 사태를 보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질 것도 필연적이다.
전임 정부 이래 대북정책의 대전제는 ‘북한은 변하고 있다’는 낙관론이었다. 국보법 폐지론자들의 주장도 이 같은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북한의 행태는 이것이 ‘근거가 약한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이제라도 북한의 진면목을 제대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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