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58)이 잔뜩 화가 났다. 8일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2-1로 신승을 거둔 뒤 본프레레 감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베트남 선수 같은 자세로 나섰다면 5-0 이상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믿었던 일부 선수가 제 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 중에 월드컵 멤버 2명을 올림픽대표팀 출신으로 바꿨다. 설기현도 좋지 않았지만 이미 3명을 다 교체해 더 이상 바꿀 수 없었다. 다음부터는 모든 선수들이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국내 축구팬들도 이날 실망감을 토해냈다. 이들은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본기도 갖추지 못했다’ ‘배가 불렀다’는 등 험한 표현을 동원해 대표팀의 졸전을 성토했다.
이에 축구계에서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권오손 기술위원은 “선수들의 결집력 와해가 경기 내용과 성적에 그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감독은 “선수들이 더 높은 정신적 준비를 해야한다.
몸 관리가 철저해야 할 뿐만 아니라 훈련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더욱 투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프레레 감독은 베트남과의 경기를 앞두고 23세 이하의 올림픽대표 선수들을 대거 투입해 대표팀에 새 바람을 일으켰지만 실전에는 이들을 거의 투입하지 않았다. 그만큼 기존 대표선수들을 신뢰했다는 얘기. 그러나 그 신뢰가 깨졌다.
한국은 현재 2차예선 7조 1위를 달리고 있지만 2위 레바논과의 승점 차는 불과 1점. 그러기에 다음달 13일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남은 기간은 불과 한 달 남짓. 대폭 물갈이로 새 대표팀을 만들 것인가. 본프레레 감독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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