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 출신의 세계적인 판화가이자 가난 질병 실직 매춘 등 사회적인 문제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미술사의 로자 룩셈부르크’라 평가받는 캐테 콜비츠(1867∼1945년). 그가 41세 때부터 죽을 때까지 써 내려간 일기 10권을 아들이 주제별로 묶은 책이다. 고난과 강인함의 신화에 감춰져 있던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 연약함, 생동감 있는 욕망에 접근할 수 있는 자료다.
그는 제1, 2차 세계대전 때 자녀 두 명이 전사하는 비운을 겪었다. 전쟁 기아 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와 비탄에 빠진 어머니가 작품의 일관된 주제였던 점은 이 같은 개인적 체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비참한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을 잃지 않는 모성애를 작품에서 보였다. 아직도 전쟁 기아 폭력 증오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 혹은 문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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