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핵심은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다. 정부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하고, 이것이 생산적으로 수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다고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니, 그것이 집권당 원내대표가 할 소리인가. 개인의 가치관·이념·이해관계에 따라 수많은 목소리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다원사회에서 국보법 찬반 문제 하나로 민주주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당치 않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국민 70∼80%가 개정이든 유지든 국보법 체제의 존속을 바라고 있다. 폐기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분명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 ‘참여’를 내세우는 이 정부의 민주주의란 말인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측의 뜻은 분명하다. 안보의 빗장이 튼튼해야 민주주의도 경제도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걱정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오히려 민주주의의 적(敵)이나 되듯 매도하고 있는 게 요즘 집권측의 풍경이다. 이러니 과거사 규명, 수도 이전 논란 등과 겹쳐 나라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것 아닌가.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어제 “60년 된 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할 수 없다. 반대하는 분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침 한나라당도 독자적인 보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면 된다. 그게 진짜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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