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기사로 손꼽히는 그도 바둑의 심오한 원리를 깨치기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그는 “바둑의 깊이를 알기 위해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상급 프로기사를 만날 때마다 바둑의 신(神)과 대국을 한다면 몇 점을 놓아야 반드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면 대개 3, 4점이라고 답한다.
아마추어의 눈에는 바둑판의 삼라만상을 꿰뚫고 있는 것 같은 정상급 프로기사도 바둑판의 귀퉁이에서 놀다 가는 것일지 모른다. 그만큼 바둑의 깊이는 헤아릴 길이 없다.
2000년 이후 두 대국자의 역대 전적은 44기 국수전 예선에서 만나 조 9단이 승리를 거둔 것이 유일하다.
흑 1, 3은 요즘 보기 드문 대각선 포석.
흑 7의 협공이 조 9단다운 수다. 좌변 ‘가’에 벌리면 무난하지만 이처럼 적극적으로 두는 것이 조 9단의 스타일이다.
흑 9도 조 9단의 스타일. 조 9단은 이런 장면에서 흑 5 한 점을 내버려 두는 법이 없다.
흑 5 한 점을 버리고 다른 큰 곳을 발 빠르게 선점하는 작전도 가능하지만 조 9단은 ‘한 점이 아까워서’ 도저히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조 9단의 바둑에선 백 16까지의 모양이 자주 나온다.
흑 15는 참고도 흑 1처럼 먼저 공격할 수도 있지만 백 2, 4로 뛴 뒤 6으로 두면 흑도 피곤해진다. 백은 언제든지 ‘A’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반상은 조용하다. 하지만 백 22로 걸친 게 심상치 않다. 양건 7단은 백 22 대신 ‘나’에 걸치면 밋밋한 바둑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비튼 한 수 때문에 상변에선 치열한 몸싸움을 벌어지기 시작한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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