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 맡겼던 70억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해 1999년 사면 받는 데 활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전 부회장에게서 돈을 돌려받은 뒤에는 각서대로 헌납하지 않았다. 이번에 수사를 받으면서는 ‘각서를 쓴 일이 없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검찰이 각서를 찾아내자 김씨는 다시 말을 바꿔 조 전 부회장에게서 받은 돈 20억원은 자신이 맡겨 놓았던 70억원의 이자라고 주장했다. 그 셈법의 맞고 틀림을 떠나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행태다.
김씨는 영장 실질심사에서 “조 전 부회장이 내게 20억원을 줬다면 권력 실세들에게는 10배, 20배는 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을 끌어들여 자신의 잘못을 호도할 국면은 아니다.
그렇다고 ‘권력 실세’ 부분을 적당히 넘길 수는 없다. 조 전 부회장이 한솔엠닷컴 주식매매 차익 가운데 일부를 김씨 외에도 몇몇 정관계 인사에게 뿌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동만 게이트’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누가 얼마를 받았든 모두 진상을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힘 빠진 전직 대통령 아들만 손대고 현 정권 관련자는 빠져나간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