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어니 엘스, 세련된 매너… 황태자는 달랐다

  • 입력 2004년 9월 12일 18시 46분


환상의 벙커샷우정힐스CC 대표홀인 18번홀(파5·561야드)의 턱 높은 대형 벙커에서 홀컵 1.5m 지점에 3온 시키고 있는 ‘그린의 황태자’ 어니 엘스(왼쪽에서 두번째). 그는 이 굿샷을 버디 퍼팅으로 연결시켜 비바람 속에서도 자신을 따라다닌 구름 같은 갤러리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했다. 사진제공 코오롱엘로드
환상의 벙커샷
우정힐스CC 대표홀인 18번홀(파5·561야드)의 턱 높은 대형 벙커에서 홀컵 1.5m 지점에 3온 시키고 있는 ‘그린의 황태자’ 어니 엘스(왼쪽에서 두번째). 그는 이 굿샷을 버디 퍼팅으로 연결시켜 비바람 속에서도 자신을 따라다닌 구름 같은 갤러리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했다. 사진제공 코오롱엘로드
우승은 못했지만 역시 ‘그린의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였다.

12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2·7047야드)에서 열린 제47회 코오롱 한국오픈(총상금 5억원) 최종 4라운드. 1타차 공동 2위로 티오프한 ‘빅 이지(Big Easy·엘스의 애칭)’는 13번홀(파3·221야드)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하는 바람에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시종 절제된 모습으로 챔피언조에서 샷 대결을 벌인 경쟁자들을 배려하는 매너는 역시 세계 랭킹 3위의 프로다웠다. 엘스가 이번 대회에 무단 불참한 지난해 챔피언인 ‘필드의 악동’ 존 댈리(미국)와 대조되는 대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에드워드 로어

에드워드 로어(27·미국)에게 4타 뒤진 채 최종 18번홀(파5)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 엘스는 마지막 팬서비스를 하려는 듯 힘차게 드라이버 티샷을 날렸다. 하지만 약간 당겨친 데다 옆바람에 밀린 공은 17번홀 러프에 떨어지고 말았다.

245야드를 남긴 상태에서 나무와 연못을 넘겨 2온을 시도했지만 약간 짧아 그린 앞 벙커로 들어갔다. 엘스는 특유의 부드러운 벙커샷으로 로어보다 더 가까운 홀컵 1.5m 지점에 3온 시켰지만 로어의 3m짜리 ‘챔피언 퍼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도록 먼저 홀아웃했다.

엘스는 최종 홀을 버디로 장식하며 갤러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로어도 엘스의 배려에 보답하듯 버디 퍼팅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엘스는 “좀 아쉽지만 한국 갤러리들에게 받은 인상이 좋아 만족한 한 주였다. 아시아에서 내가 플레이해 본 코스 중 그린 컨디션이 최고였다. 페어웨이는 US오픈 코스보다 좁을 정도로 코스 세팅이 어렵게 돼 있는 데다 비와 바람까지 겹쳐 고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00년 전미대학선수권(NCAA)에서 우승한 뒤 프로에 데뷔해 아시안투어 1승(2003태국오픈)이 유일한 프로대회 우승이었던 왼손잡이 골퍼 로어는 “엘스를 이겼다는 것이 너무 기쁘다. 그가 오늘 처음부터 잘 대해줘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어는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유일한 언더파(2언더파 286타)를 기록하며 우승했고, 단독 3위인 엘스는 2오버파 290타.

이로써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의 우승 트로피는 2002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포함해 3년 연속 외국선수에게 돌아갔다.

한국 선수 중에는 강욱순(삼성전자)이 단독 6위(5오버파 293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나상욱(코오롱엘로드)은 공동 26위(15오버파 303타)에 머물렀다.

제47회 코오롱 한국오픈 최종 성적
순위선수스코어
에드워드 로어-2286(73-69-73-71)
사이먼 예이츠+1289(72-75-73-69)
어니 엘스+2290(71-69-75-75)
헨드릭 버먼+4292(68-74-77-73)
테리 필카다리스+4292(70-69-75-78)
강욱순+5293(76-73-72-72)
모중경+6294(71-73-78-72)
오태근+6294(74-71-75-74)
장익제+6294(77-75-70-72)
최상호+7295(71-72-79-73)
박노석+7295(73-71-77-74)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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