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김근태장관의 잇단 ‘정치현안’ 발언

  • 입력 2004년 9월 12일 19시 31분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에겐 국정을 챙기는 것과 정치적 소신을 밝히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 것일까.

김 장관이 10일 ‘국회의원 김근태’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전날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국가보안법 철폐 저지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비판한 것을 보며 새삼 이 같은 의문이 들었다.

김 장관은 성명에서 “국가안보라는 명분 아래 독재정권의 안위를 위해 악용되던 국보법에 한나라당이 그토록 애착을 보이는 것은 군사독재의 적장자임을 자인하는 모습이라 더욱 씁쓸하다”고 성토했다.

이에 앞서 그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지난달 13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다.

그는 역시 국회의원 명의로 된 이 서한에서 “역사를 왜곡해서 얻는 이익이 과연 신뢰를 상실하고 얻는 이익보다 얼마나 더 큰 것인지 의문”이라고 따졌다. 당시 그의 ‘튀는 행동’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민감한 외교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사기도 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과거에 국보법이 어떻게 악용됐는지를 몸소 알고 있는 그로서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개인적인 울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기에 앞서 보건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현직 장관이라는 점을 행동에 나서기 전에 한번 더 생각했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의 업무와 무관한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지원 사격’에 나설 경우 정쟁(政爭)에 스스로 발을 담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 직후 당장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한마디하니까 그대로 반복하는 김 장관의 자질 부족은 완전한 난센스”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 장관에겐 국민적 갈등 사안인 국민연금 문제나 보건 의료 문제, 고령화 사회 대책 준비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

직무와 무관한 정치 현안에 관여하는 것이 혹시 민생을 챙기는 중요한 자리인 복지부 장관직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영해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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