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흑의 단단한 행마

  • 입력 2004년 9월 16일 17시 50분


흑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백은 시비를 걸어볼 데가 없어 갑갑하다.

백은 그나마 공터로 남은 좌하귀부터 손을 댄다. 그러나 흑이 79로 단단히 지키자 더 이상 손댈 자리가 없다.

백 80과 흑 83은 비슷한 크기의 곳. 검토실은 백이 83의 곳에 먼저 손대는 것이 좋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백 80처럼 집을 우선 차지하는 바둑을 두면 역전 가능성이 점점 사라진다. 83의 곳에 다가서 상대의 집을 줄이면서 백 ○가 움직이는 수를 노려야 바둑이 복잡해진다. 백에 변화 없는 바둑은 곧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흑 83으로 한 칸 좁게 지킨 것이 정수. 일립이전(一立二展·돌 하나가 있을 때는 두 칸을 벌린다) 원칙에 따라 참고1도 흑 1로 벌리면 당장 백 2의 교란 작전에 수가 난다.

흑 3으로 밑에서 젖히면 백 4로 맞젖히는 수가 좋아 우변 흑진이 뚫린다. 이 진행은 백의 대성공. 또 참고2도 흑 3으로 늘어도 백 6까지 흑 1 한 점이 차단된다.

백전노장 조훈현 9단은 흑 79, 83처럼 좀체 빈틈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백의 마지막 목표는 우하쪽 흑. 100% 살아 있는 돌이 아니라는 이유로 백 90으로 최후의 공격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 흑이 잡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백은 94로 안간힘을 쓴다. 양건 7단의 얼굴에도 절망의 빛이 스친다.

조 9단은 방심하지 않는다. 그는 장고를 시작했다. 사는 수는 어렵지 않으나 가장 효과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연구하는 것이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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