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존폐 논란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대책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은 없애거나 고치되, 이로 인한 안보 불안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안전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머리를 맞대고 이성적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으면 될 일이다.
열린우리당이 대체입법으로 내놓은 파괴활동금지법안과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보법 개정안만 보더라도 잠입·탈출,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 부분은 삭제 또는 처벌 범위 축소 등으로 견해차가 많이 좁혀진 게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 이후 집권 여당에선 폐지 반대론자들을 비민주적 인사로 몰아붙이고, 국무총리는 보수 원로들을 겨냥해 “쿠데타 세력은 보안법 폐지에 반대해선 안 된다”고 하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개폐 논란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에다 사회 원로들까지 찬반으로 갈린다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이대로 가면 본질은 제쳐 두고 소모적 이념 논쟁으로 상호 적대감과 증오심만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 보안법 개폐 논란을 정치적 상징(象徵) 싸움의 덫에서 빼내 실질적인 논의의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역시 여야가 먼저 국회 안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회의장이라도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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