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다. 지금 중국의 성비는 여자 100명에 남자 120명. 결혼 적령기 남성 다섯 명 중 하나가 비자발적 홀아비로 살아야 한다. 한 자녀 갖기 국가 시책에 따라 아들만 골라 낳은 결과다. 우리나라도 심상치 않다. 성비가 110.03이나 된다. 딸이 줄어 여자가 귀한 대접 받으면 좋으련만 미국 브링엄영대 발레리 허드슨 교수의 책 ‘빈 가지’에 따르면 거꾸로다. 여성 대상의 납치 강간 살인이 늘고 성적 불만에 가득 찬 총각들이 사회 불만세력으로 성장해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정부가 전쟁을 일으켜 장정들을 밖으로 내몰든가 억압적 통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1970년대 권위주의시대 한국의 경이적 경제성장은 말 잘 듣는 우리 국민의 ‘둘만 낳기’ 덕이 컸다. 개발도상국에선 먹는 입 줄이고 일하는 손 늘리는 게 성장 동력이었다. 이젠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난리다. 아기가 줄고, 노동력과 세금이 줄고, 장수 노인만 늘면 경제침체가 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평균연령 35세, 2050년엔 40세인 미국이 현재 각각 40세(2050년 47세)인 독일, 38세(2050년 45세)인 프랑스 등 ‘늙은 유럽’보다 앞날을 밝게 보는 것도 젊고 무수한 인구 덕분이다.
▷남북한 출생률이 세계평균(2.69명)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고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했다. 인구가 유일한 ‘천연자원’인 나라에서 출산율 저하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젠 아기 낳는 것도 애국으로 간주돼야 할 것 같다. 딸 아들 안 가리는 건 ‘민주화운동’으로 봐 줘야 할 성 싶다. 사회 불만세력의 정치적 발호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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