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인문사회]예수의 죽음 둘러싼 성서해부 논란

  • 입력 2004년 9월 17일 17시 02분


◇예수 후 예수(J´esus apr`es J´esus)/제롬 프리외르·제라르 모르디야 지음/쇠이유출판사, 2004

3월 부활절 주간을 전후로, 프랑스에서는 기독교를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상영돼 관심을 끌었다. 그중 하나는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Passion of Christ)’였다. 보수적 가톨릭 신앙을 가진 멜 깁슨의 영화는 무엇보다 예수의 죽음에 대한 유대인들의 책임 시비와 수난 장면의 사실적 묘사로 인해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서구의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이 영화로 인해 반유대주의 정서가 확산돼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 이후 계속돼 온 기독교와 유대교의 화해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버리지나 않을까 우려할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와 독일 합작방송인 아르테에서는 ‘기독교의 기원’과 관련된 10부작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감독은 제롬 프리외르와 제라르 모르디야. 이들은 이미 7년 전 ‘예수의 수난과 부활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코르푸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그리스도의 몸)’에서 신약성서의 4복음서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들을 제기한 바 있다. 성서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토대로 역사 비평적 시각에서 복음서의 내용을 새롭게 조명한 이 영화는 ‘예수 대 예수’(1999)란 단행본으로도 나와 일약 ‘화제의 책’이 됐다.

‘코르푸스 크리스티’의 후편 격인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 역시 방영 후 같은 출판사에서 ‘예수 후 예수’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저자들의 관심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공존시대인 기원후 30년부터 150년 사이에 맞춰졌다. 이들은 지난 3년간 기독교 기원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신약성서의 ‘사도행전’과 ‘바울 서신서’를 집중 탐구했다고 한다.

예수가 처형당한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대교와 기독교는 어떻게 분리됐고 대립하게 됐는가? 기독교의 탄생과 확산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저자들은 우리가 성서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내용들이 실제와 매우 다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물론 그들이 내세우는 초기 기독교에 대한 역사적 가정은 성서 무오류설을 받드는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관과는 양립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성서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쉽사리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저자들의 새로운 성서 해부 작업은 성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안에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보인다. 성서적 사건들은 사실의 차원에서보다는 존재의 차원에서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성(靈性)에 속하는 사건들은 문자적으로 혹은 역사적 진위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근본적으로 참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성서를 믿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성서를 통해 신을 바라보고 그 말씀에 귀 기울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임준서 프랑스 루앙대 객원교수 joonseo@worldonline.f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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