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도시 리옹을 통해 중세 도시의 흥망성쇠를 그렸다. 리옹은 1463년 제네바로부터 유럽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큰 시장이 잇따라 열렸고 시민들의 에너지가 도시 곳곳에 가득했다. 오래잖아 리옹은 인쇄술을 도입해 프랑스에선 파리 다음으로 활자본을 내놓기 시작했고 유럽 최고의 출판 시설을 갖춘 문화도시로 꽃을 피웠다.
당시 가톨릭은 흑사병 앞에 무기력했으며 여기에 반발한 프로테스탄트운동이 리옹으로까지 몰려왔다. 게다가 리옹은 파리와 달리 강력한 왕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이단 서적’ 출판이 활발했다. 외설스럽고 반종교적이라고 비난받았던 프랑스 중세의 걸작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 등이 이곳에서 출간됐다. 그리스도 개혁파의 선전 문서들이 대규모로 인쇄됐다. 그러나 리옹이 상업 중심지로 대두되면서 발달한 이 같은 출판문화는 유럽 상권이 다시 제네바로 옮겨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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