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

  • 입력 2004년 9월 17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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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화두로 에세이를 펴낸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사랑 이야기를 썼던 저자가 이번에는 ‘이 남자와 사는 법’에 관한 글들을 모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결혼을 화두로 에세이를 펴낸 에쿠니 가오리.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사랑 이야기를 썼던 저자가 이번에는 ‘이 남자와 사는 법’에 관한 글들을 모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148쪽 8500원 소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저자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한 지 2년째 가을에서 3년째 가을까지 쓴 에세이들을 모았다. 에쿠니 판(板) ‘이 남자와 사는 법’ 이라고 할까.

비, 외간 여자, 월요일, 밥, 색, 혼자만의 시간, 고양이, 어리광에 대해서 등의 소제목이 암시하듯 작가는 기억과 성장 배경이 전혀 다른 한 남자와 한집에서 살게 되면서 얻게 된 기쁨과 실망, 안정과 고독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풀어 낸다.

‘나와 남편은 취향이 전혀 다르다. 좋아하는 음악과 음식도 다르고, 영화와 책도 다르고, 노는 것도 다르다. 그래도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해 왔고, 오히려 다른 편이 건전하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같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작가의 미덕은 사생활의 은밀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게다가 남편의 마음을 상하게 할 표현은 자제하면서도 결혼 생활의 빛과 그림자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데 있다.

‘한집안에 있어도 우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나는 남편의 머리를. 남편은 현재를, 나는 미래를. 남편은 하늘을, 나는 컵을.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야 물론 때로는 답답해서 전부 같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 올린 풍경에….’

에쿠니는 한 사람의 작가 이전에 한 여자였다. 남편의 외간 여자들에 대해 질투하고, 남편의 나쁜 습관들에 화내고 남편을 사랑할지라도 비밀스러운 자신만의 공간을 유지하길 원하며, 반복되는 다툼과 화해 속에서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려 하지 않는 강인함이 있었다.

‘결혼은 struggle이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아무튼 들러붙어 자는 것이 바람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 몇 번이고 되풀이해 듣는 음악이 또 바람이 되어 준다. 그런 소박한 일들에서 위안을 얻지 못하면 도저히 사랑은 관철할 수 없다.’

작가가 결론 부분에 적은 결혼에 대한 정의는 이 시대 결혼을 화두로 끌어 안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경구가 될 만하다.

‘나는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란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책 제목은 주말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녀가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쉬는 평범한 한 남자와 함께 살면서 각양각색으로 펼쳐지던 주말 풍경을 은유한 것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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