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국회답변에서 화폐단위변경에 대해 “연구단계를 지나, 구체적인 검토의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17일에는 박승(朴 昇) 한국은행 총재가 이 문제를 언급했다.
박 총재는 이날 시중은행장들과의 월례 조찬 모임에서 “(화폐단위변경은) 정부 결정사항이지만 언젠가는 도입해야할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디노미네이션, 위폐방지 대책, 고액권 발행 등 3가지 화폐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와 검토는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방침만 정해지면 이를 바로 실행에 옮길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화폐단위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하거나 절실하지도 않고, 물가불안 등 부작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야할 정책을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현재 시점에서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홍기택(洪起澤)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화폐단위를 바꾼다고 동해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느냐”고 반문한 뒤 “지금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정부가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화폐개혁을 해도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이 가중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공필(崔公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경제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런 문제를 공론화할 만큼 우리가 한가한지 의문”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화폐단위를 변경할 경우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고 각종 회계프로그램과 결제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화폐단위변경에 따른 비용을 2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화폐단위변경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홍 교수는 “1973년 1만원권이 발행된 이후 한국경제 규모가 100배 이상 커진 만큼 1만원권만으로 거래하기에는 불편이 따른다”며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고액권 발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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