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희선 의원 家系 논란’을 보며

  • 입력 2004년 9월 17일 18시 27분


친일 진상규명 작업에 앞장서 온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의 가계(家系)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월간조선’은 김 의원은 자신이 종조부라고 말해 온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과 족보상 남남이며, 김 의원의 부친은 일제하 만주국 경찰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단정하기 어렵다. 입증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진위를 떠나 21세기 대명천지에 특정 정치인의 조상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현실이 곤혹스럽다. 조상의 전력이 후손에게 연좌되어서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일은 과거를 들추는 작업이 얼마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특히 여권은 친일 규명이니, 과거사 정리니 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여 온 것이 ‘제 발등 찍는 일’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기남 이미경 의원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사례가 아닌가.

본격 조사가 이뤄지면 이런 일들이 수없이 터져 나올 게 분명하다. 더구나 여당이 상정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는 ‘조사위원회의 공식 발표 이전에는 신문 방송에 공표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기존법 조항까지 삭제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입증되지 않은 설(說) 차원의 ‘과거’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와 그에 따른 크고 작은 사회적 분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본란에서 여러 차례 친일 및 과거사 규명 작업을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 맡기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과거사 규명은 역사 정리 차원에서 소리 나지 않게 진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나서면 정쟁으로 비화돼 온 나라가 끝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여권은 ‘김희선 의원 가계 논란’을 계기로 이제라도 과거사 규명 작업에서 비켜서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