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79년 중앙阿 보카사 황제 축출

  • 입력 2004년 9월 19일 18시 15분


‘폐하’는 전용기에서 사하라 사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회담하기 위해 리비아로 가는 중이었다.

측근의 외마디 비명 같은 보고가 상념을 깼다.

“폐하! 큰일 났습니다. 다코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뭐라고! 빨리 기수를 돌려.” “이미 주요 시설이 반란군에 점령됐습니다.”

피에 굶주린 중앙아프리카 ‘제국’의 황제 보카사. 프랑스군 장교 출신인 그는 중앙아프리카가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당시 군 창설의 주역이었다. 군 최고사령관이 된 그는 65년의 마지막 날 쿠데타로 다코 대통령을 축출했다.

대통령이 된 뒤 그는 기행(奇行)을 일삼았다. 71년 어머니날에는 모든 여죄수를 석방했다. 대신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자 죄수들은 모두 처형됐다.

기행의 절정은 77년 수도 방기에서 열린 대관식 겸 제국 선포식이었다. 국가 1년 예산의 절반인 2억달러가 소요됐다. 나폴레옹이 대관식에서 입었던 옷을 파리에 주문해 입었고 관(冠) 제작에 들인 비용만 500만달러에 달했다.

그의 목을 조른 것은 영원한 후원자일 줄 알았던 프랑스였다. 보카사는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비롯한 특전을 프랑스에 안겼지만 79년 9월 사건으로 프랑스는 등을 돌렸다. 중고교생들이 교복 강제 착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일으키자 군대가 이들 200여명을 살육한 것이다. 연행된 뒤 처형된 학생도 있었다.

다코가 주도한 쿠데타에는 이 나라에 주둔한 프랑스군 1300명이 합류했다.

다시 비행기 안. “프랑스로 가자.” 무전이 오간 뒤 조종사가 말했다. “프랑스가 착륙을 거부합니다.” 비행기는 아홉 시간이나 하늘을 떠돌다 코트디부아르에 착륙했다.

쿠데타군은 황궁의 냉장고에서 사람의 넓적다리를 발견했다. 황궁에서 기르던 악어 옆에서도 인간의 뼈가 발견됐다. ‘황제’는 과연 악어에게만 인육을 주었던 것일까, 자기도 즐겨 맛을 보았던 것일까…?

‘황제’는 86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엘바 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처럼 저절로 재집권하리라는 기대였다. ‘물론’ 체포됐다. 93년 대사면 조치로 석방된 그는 3년 뒤 사망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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