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선물][현장에서]올 추석엔 ‘사랑’을 선물하세요

  • 입력 2004년 9월 20일 16시 35분


명절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과 오랜만에 만난다는 반가운 마음 반, 이번에는 또 어떤 선물을 하나 슬그머니 떠오르는 걱정 반. 주부들의 ‘손님 치를 걱정’은 예외로 하고서 말이다.

선물의 대상은 다양하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거래처를, 직장인들은 상사를, 주부들은 양가 부모님을 놓고 이리저리 예산을 배분하며 ‘최적의 함수’를 찾게 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올해는 이 계산을 놓고도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선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부모님에다 일년에 몇 번 뵙지도 못하는 친정 부모님, 이래저래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들….

어떤 선물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던 중 가까운 친구의 ‘남편 생일 선물 스토리’를 듣게 됐다.

이 친구는 남편의 생일이 돌아오자 평소 후줄근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의 가방을 대신할 새 가방을 샀다. 그리고는 카드에 ‘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사랑합니다/하루 세 번/한 시간 세 번/일분 세 번/일초 세 번…/서른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사랑합니다’라고 썼다고 한다.

영 ‘닭살 돋을’ 내용이지만 그 카드를 썼을 때 이 친구의 마음가짐을 듣고서는 ‘선물은 바로 이러해야 한다’라고 무릎을 쳤다. 카드 내용을 고민하던 친구에게 누군가 “사랑합니다 세 번 써. 광고에도 그런 거 있잖아” 했다던가.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한 친구는 가만히 앉아서 ‘내 마음이 정말 그러한가’ 살펴본 뒤에 썼다는 것이다.

선물은 의무적이기 마련이다. 한두 번은 자발적으로, 좋아서 선물할 수 있지만 그게 관행이 되면 의무가 된다. 의무를 정말 의무적으로 해내면 ‘허드렛일’이 되지만 거기에 내 진심을 담는다면 ‘즐거운 행위’가 될 수 있는 게다.

나도 이번 추석에는 선물을 드릴 내 마음부터 점검해보고, 글로 표현해볼까 생각하는 중이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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