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김상철/책 속에서 길을 찾아보자

  • 입력 2004년 9월 20일 17시 24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그것은 무슨 습관이나 제도로서가 아니라 자연과 인사가 독서에 적의(適宜)하게 되는 까닭이다. 자연으로는 긴 여름의 괴로운 더위를 지나 맑은 기운과 서늘한 바람이 비롯하는 때요, 인사로는 여름 동안 땀을 흘려 헐떡이던 정신과 육체가 가쁘고 피곤한 것을 거두고, 조금 편안하고 새로운 지경으로 돌아서게 되는 까닭이다.’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 선생이 쓴 ‘독서삼매경’의 일부다.

1958년 ‘국민교육 진흥’과 ‘민족자본 형성’을 이념으로 교보생명(옛 대한교육보험)을 창립했던 대산 신용호(大山 愼鏞虎) 회장의 1주기 추모행사가 17일 충남 천안시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열렸다.

신 회장은 ‘독서량이 나라의 장래를 좌우한다’는 철학에 따라 1981년 한반도의 복판 서울, 그 서울의 복판 광화문 네거리에 들어선 사통팔달의 교보빌딩 지하공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열었다. 한국 최고의 상가에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임대 수입을 포기한 것이다.

개점 행사에 참석한 고 이병철(李秉喆) 삼성 회장은 그 뜻에 감명해 신 회장의 손을 잡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고 한다.

각 나라는 독서를 권장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생기고 창의력도 개발돼 결국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남이 쓴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45%는 최근 한 달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국가 문화 수준의 척도인 독서율은 일본의 5분의 1 수준이다.

통상 규모 세계 13위, 국내총생산 세계 15위 등 선진국 진입 직전의 외형과는 달리 한국은 문화적 정신적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독서율 저하는 장기적으로 정신문화의 쇠퇴와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이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동영상에 지나치게 매달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령 책을 잡더라도 행간에 숨은 뜻을 헤아리며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은 사고력이 떨어지고 이기적이거나 냉혹한 성격을 지닐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폴 크루그먼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노동력과 자본에 의한 것”이라며 “지식창조를 통한 생산성의 기여도는 미미하므로 향후 고도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1세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은 창의력과 적응력이다. 독서문화의 성숙 없이는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국가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실의 계절을 맞아 책을 한 권 읽자. 그리고 자신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책 속에서 찾아보자.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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