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손혁(31) 한희원(26·휠라코리아) 커플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 가 있었다. 우승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다음 대회(롱스드럭스챌린지)가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오번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그만큼 피곤한 여정.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새색시’ 한희원이 한국의 역대 LPGA 진출 선수 가운데 첫 ‘주부 우승자’가 됐다. 한희원은 이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GC(파72)에서 열린 세이프웨이클래식(총상금 12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한희원은 5언더파 67타를 몰아치며 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해 로리 케인(캐나다)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첫 홀에서 1.5m 버디 퍼트를 성공해 우승컵을 안았다. 지난해 8월 웬디스챔피언십 이후 1년1개월여 만의 우승이자 개인통산 3승째.
이번 우승의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해 2차례 우승했던 한희원은 12월 프로야구 선수출신 손혁과 결혼한 이후 올시즌 부진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21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은 4회가 전부.
이 바람에 “결혼해서 겨울훈련을 안하고 놀기만 했다”, “승부근성이 사라졌다”는 등 주위에서 ‘입방아’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우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것은 남편인 손혁의 ‘외조’였다. 4월 프로야구를 그만둔 뒤 대학원 졸업 문제로 국내에 머물던 손혁은 7월 졸업하자마자 아내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안정을 찾은 한희원은 이후 성적이 급상승해 7월 이전 ‘톱10’ 진입이 단 한 번뿐이었으나 이후 3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기어코 우승을 일궈냈다.
손혁은 “옆에서 지켜보는 게 사실 더 힘들다. 내년엔 같이 투어를 돌지 않고 스포츠재활의학과 야구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혹시 아내의 캐디백을 멜 생각은 안 해 봤느냐”고 묻자 그는 “너무 무겁지 않느냐. 그리고 내가 새벽에 일어나는 걸 워낙 싫어해서…”라며 웃었다.
세이프웨이 클래식 순위 | |||
순위 | 선수 | 파 | 스코어 |
① | 한희원 | -9 | 207타(69-71-67) |
② | 케인 | -9 | 207타(68-69-70) |
③ | 박지은 | -8 | 208타(71-69-68) |
④ | 소렌스탐 | -7 | 209타(70-69-70) |
⑧ | 박희정 | -5 | 211타(69-75-67) |
⑮ | 장 정 | -3 | 213타(72-72-69) |
⑮ | 김초롱 | -3 | 213타(69-71-73) |
○20 | 김 영 | -2 | 214타(70-72-72) |
○26 | 이정연 | -1 | 215타(70-75-70) |
○32 | 강수연 | E | 216타(69-76-71) |
*한희원은 동타에서 연장 우승 |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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