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대응책 부심”=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방향 선회를 환영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20일 “큰 틀에서 우리 당의 입장과 별 다를 게 없다”며 대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엔 여야 협상이 진전될 경우 당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도 깔려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 이후 열린우리당은 ‘거수기당’이란 혹독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당내에선 형법보완보다는 대체입법안이 힘을 받고 있다. 대체입법안이 한나라당과의 협상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안에 안보 불안을 불식시킬 내용까지 담는다면 절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내 의견수렴과정을 거친 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당론까지 수렴해 3당 단일안을 만들기로 했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일종의 압박카드다.
천 원내대표는 이를 위해 두 당의 원내대표와 개별적인 접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당내 의견 조율 주력”=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우리의 개정 방향이 지금으로선 올바른 방법이지만 그쪽(열린우리당)에선 폐지 주장을 계속하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국면 전환의 카드를 던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당의 이념적 좌표를 ‘수구보수’가 아닌 ‘중도보수’의 중간지대로 옮기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박 대표는 국보법 문제에 대한 최종 당론 수렴을 앞두고 자신의 안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영남권 보수 성향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당내 여론은 대체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국보법 2조 ‘정부 참칭’조항 삭제에 반대하는 일부 당직자들을 향해 “나도 법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고 단호히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협상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판단 아래 국가안위에 관한 국보법의 핵심 조항이 훼손되지 않도록 열린우리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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