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2년 9월 23일 하버드대 첫 졸업식이 열렸다. 신대륙 미국에 세워진 최초의 교육기관 하버드대에서 벤저민 우드브리지와 너대니얼 브루스터 등 9명이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졸업 시즌은 축제다. 학위수여식 외에도 동창회, 세미나 등이 며칠간 열린다. 테레사 수녀 등 유명 인사가 초청돼 연설하고, 마셜플랜 같은 중요한 정책이 발표되기도 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 등 역대 대통령, 40명에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가 하버드대 출신이다. 루이스 거스너 전 IBM 회장 등 최고경영자 상당수가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리셴 룽 싱가포르 부총리 등 세계 각국 지도자 중에도 하버드대 졸업자가 적지 않다.
장차 세계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를 주요 선발기준의 하나로 내세우는 학교답게 하버드대는 ‘고귀한 집단’에 속하는 사람을 대거 배출했다.
그러나 하버드대 입학생이 모두 ‘귀족사회’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입학생 가운데 졸업하는 비율은 87%. 나머지는 적응에 실패해 졸업식장에 서지 못한다.
하버드대는 미국식 경쟁체제의 축소판이다. 동아리에 가입할 때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학교측은 ‘최고의 대학에 왔으니 너희는 당연히 행복하다’고 여기고 이곳에서 탈락해 행복을 쟁취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1995년 5월 에티오피아 출신 시네두 타데스(여)는 베트남 출신 룸메이트 트랑 호를 흉기로 45차례나 찔러 살해한 뒤 자살했다. 에티오피아 문화로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대인관계 장애에 시달리던 타데스는 호가 룸메이트를 바꾸려 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을 다룬 책 ‘미완의 천국 하버드’는 타데스가 대학 보건소 및 기숙사 담당자와 상담했지만 하버드대는 ‘부적응자’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타데스와 호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지 않고 둘 다 피해자로 여겨지는 이유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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