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에 가득 바람을 안고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는 요트. 그래서 요트 경기는 대표적인 해양스포츠로 꼽힌다.
그런 요트경기가 바다가 아닌 담수호에서 열린다. 다음달 개막하는 제85회 전국체육대회 요트 경기장은 충주호. 체전 개최지가 내륙인 충청북도 일원인 데다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모든 경기를 개최지에서 열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 전국체전 사상 요트 경기가 바다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바람. 요트는 최소한 초속 3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만 경기가 가능한 종목. 그러나 충주호는 산으로 둘러싸여 좀처럼 강풍이 불지 않는다. 요즘엔 초속 1∼2m가 고작인데 이래서는 요트를 띄울 수 없다는 얘기.
이 때문에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각 시도선수단의 불만이 크다. “현지 적응훈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바람이 안 불어 제대로 연습한 것은 겨우 한번 밖에 없다”는 게 선수들의 하소연. 대한요트협회 이필성 사무국장은 “최근 충주호를 답사하고 왔는데 선수들의 불만이 대단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동안 요트경기가 열린 곳은 부산과 여천 보령 요트장 등. 그러나 충북도측은 “충남에 있는 보령요트장을 임차하려면 많은 경비가 필요하다”며 “대회일정이 이미 확정됐고 예산 집행도 끝났으니 불편하더라도 경기장을 옮길 수 없다"는 입장.
또 충주호 요트장이 완성되면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시설이 하나 더 생겨 충청 지역 요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체전 요트 경기는 다음달 9일부터 13일까지 미스트랄, 레이저, 470, 엔터프라이즈급으로 나뉘어 고등부와 일반부 7개 종목이 열릴 예정.
요트 경기를 꼭 바다에서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외국의 경우 호수에서 대회를 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문제는 바람. 체전 관계자들은 “기온이 내려가면 충주호 바람이 거세진다”며 요트 경기가 열릴 때 쯤 기온이 떨어지기만을 빌고 있다.
이쯤 되면 지하의 제갈공명이라도 모셔와야 할 판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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