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정재공 단장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앞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에 5연승의 무서운 기세를 보인 기아는 22일까지 64승4무56패로 4위를 굳혀 사실상 포스트시즌 입성을 눈앞에 둔 상태. 남은 9경기에서 3승만 거두면 5위 SK(59승8무59패)가 잔여 7경기에서 전승을 거둔다 해도 자력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가을 잔치’ 참가가 눈앞에 왔는데도 정단장이 엄살을 떠는 이유는 참담한 기아의 포스트시즌 성적 때문. 2001시즌 중반 해태를 인수한 기아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알짜배기 선수’들을 끌어 모아 2002년과 2003년 연속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갔으나 두 차례 모두 첫 판에서 나가떨어졌다.
2002년엔 LG에 2승3패로 아쉽게 패했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넘보던 지난해엔 돌풍의 SK에 충격적인 3연패를 당해 탈락. 많은 투자를 하고도 성적이 안 나오니 구단 프런트 입장에선 답답할 일. 김성한 감독까지 중도 퇴진한 올해는 배수진을 치고 덤벼들어야 할 판이다.
유남호 감독대행도 포스트시즌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계속 지휘봉을 잡느냐, 놓느냐가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는 “기아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첫 판에서 떨어졌지만 징크스라고 얘기할 것까지 있겠느냐. 요즘의 팀 응집력과 분위기로 봐선 포스트시즌에 가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
기아는 병역 비리 연루 선수가 투수 유동훈과 야수 김현곤 밖에 없어 다른 팀에 비해 타격을 덜 받은 데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감안하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노려볼만한 전력.
문제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된다는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강박관념이다. ‘삼수생’으로서의 부담이 한층 큰 올해는 어떨까.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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