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양은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 국가대표선수로 선발돼 카불공항을 떠나던 날 아버지 어머니와 형제 친척들이 배웅 나왔다. 집안의 남자 형제는 10명이고 자매는 8명이다. 18명의 형제자매가 모두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100m 달리기에서 꼴찌를 한 그녀는 경기를 마치고 나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공항에 배웅 나왔던 가족에게 메달을 가져다 줄 수 없게 돼서일까.
▷카림양은 “다리 장애인과 팔 장애인이 함께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각기 장애의 종류와 등급이 다른 장애인들의 기량을 공평하게 비교하는 것은 장애인올림픽의 어려운 숙제다. 그녀는 100m를 18초85에 뛰었지만 장애인올림픽의 ‘진짜 챔피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프가니스탄 소녀는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려는 모국의 국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이슬람국가 여성, 그리고 지구촌의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하루 3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은 20대, 30대에서 사망원인 1위다. 꿈이 없는 청춘은 팔다리가 없는 장애보다 더 절망적인가. 직장인 4명 중 1명이 알코올 의존증 초기라는 삼성경제연구소 통계도 있었다. 자살과 알코올 의존증은 현실도피라는 공통 특성을 지닌다. 카림양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의 투혼을 불태웠다. 그녀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 참여하고 싶고 장래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꿈은 용기를 준다. 꿈을 잃어버린 삶이 극단적인 현실도피를 택한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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