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흑의 완승국

  • 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0분


흑의 완승이었다. 흑은 초반 상변 전투에서 우세를 잡은 뒤 한번도 역전의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양건 7단의 첫 실수는 백 44. 이 수로는 먼저 49의 곳에 끊어두고 44의 곳에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런 진행이었다면 백이 선수를 잡아 좌중앙의 흑을 먼저 공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은 흑에게 선수를 빼앗기는 바람에 흑 53∼57로 역습을 당해 뒤지게 됐다. 이어 백 60으로 역습을 시도한 게 성급했다.

참고도 A(실전 백 60) 부근은 손대지 말고 참고도 1, 3으로 차분하게 뛰어두는 것이 평범하지만 대국을 길게 이끄는 방법이었다. 백은 74까지 흑 두 점을 잡아 중앙 대마를 안정시켰으나 다시 후수가 됐다.

흑이 75로 백 24의 한 점을 잡자 실리 차이가 15집 나버렸다. 이후 백은 역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백의 유일한 희망은 우하귀 흑을 다그치는 것. 이 흑을 잡든지, 아니면 못잡아도 큰 이득을 확보해야 했다. 웬만한 프로 기사라면 우하귀 흑을 일단 완생시켰겠지만 조훈현 9단은 달랐다.

그는 우하귀 흑에 계속 백의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데도 다른 곳을 두텁게 처리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전반적으로 변화의 여지를 없앤 뒤, 우하귀 흑의 생사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여느 기사에게는 모험일 수 있지만 조 9단은 뚝심있게 밀어붙였고 그의 전략은 그대로 실현됐다. 백은 후반 이후 장고를 거듭하며 흑의 방심을 기대했지만, 조 9단은 한번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백은 144부터 마지막 공격이 실패한 뒤 172까지 하변에서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흑은 175, 177로 중앙 백대마를 포획해 승부를 마무리했다.

조 9단은 원성진 5단과 패자 2회전을 벌이게 된다. 177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3시간 55분, 흑 3시간 9분.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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