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얼굴 마담은 결코 다방의 주인이 아니었다. 돈을 댄 다방 주인이 실세 오너고, 초미니스커트에 눈웃음 살살 흘리는 육감적인 레지가 간판 스타였던 데 비해 얼굴 마담은 엄밀히 말해 마케팅을 위해 스카우트된 고용인에 불과했다. 결코 주인이 될 수 없고, 스타일 수도 없었던 것이 얼굴 마담의 숙명이었다. 손님이 줄면 가장 먼저 퇴출돼야 했다. 향락산업이 발전하면서 다방의 얼굴 마담은 차츰 룸살롱으로 진출해 ‘새끼 마담’을 거느리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
▷얼굴 마담이란 용어가 유독 우리 정치판에 유행됐던 것은 공(公)조직보다 사(私)조직, 실선(實線)보다 비선(秘線)에 힘이 실렸던 한국 정치 특유의 이중성 때문일 것이다. 광복 이후 지금까지 36대에 이르는 역대 총리 가운데 명실상부하게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지위를 누렸던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신 상당수의 총리가 철권 통치자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얼굴 마담 역할에 그쳤다. 선거 때만 되면 상한가를 누리는 연예계 스타나 앵커들도 사실상 정치판의 얼굴 마담에 가깝다. 선거가 끝나면 서둘러 용도 폐기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을 비난하는 당 일각의 비판을 겨냥해 “나는 얼굴 마담이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갖은 고난을 무릅쓰고 당을 이만큼 만들어 놓았는데 누구 맘대로 흔들려고 하느냐는 불쾌감의 표현이다. 얼굴 마담의 효용이 단골손님 수에 달려 있듯, 박 대표가 과연 얼굴 마담인지 아니면 실세 오너인지는 전적으로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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