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빈약한 수입으로 늘어난 씀씀이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국세(國稅) 121조1000억원을 비롯한 정부 수입은 124조7000억원으로 일반회계 지출 규모에 비해 6조8000억원이나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늘어나는 건 적자요, 쌓이는 건 빚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244조2000억원으로 1997년의 4배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나마도 낙관적으로 가정했을 때의 얘기다. 정부는 내년 실질경제성장률을 5%로 가정하고 수입을 예상했지만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은 전망치를 잇달아 3∼4%대로 낮추고 있다.
구체적인 씀씀이도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내용이라는 정부 설명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 총지출 208조원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로 올해보다 1.3%포인트, 국방예산 비중은 10.0%로 0.4%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비해 산업·중소기업 예산의 비중은 0.4%포인트 낮아졌고, 성장잠재력과 관련이 많은 연구개발(R&D) 예산의 비중은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경기가 나쁠수록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경제가 침체될수록 복지예산 수요는 늘어나고 세수(稅收)는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골이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산을 통한 사회안전망의 확충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아울러 복지와 국방에 생산성과 효율성 원리를 강화해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효과를 내려는 노력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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