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정부의 규제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
기존 청약자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분양조건 변경을 꺼리던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기존 청약자에게까지 혜택을 주면서 가격을 할인하고 있는 추세다.
▽분양가 깎아주고 이자도 대신 부담= 8월말 경기도 광명시에서 아파트 '월드메르디앙'(총 580가구)을 분양했던 월드건설은 이달 24일 분양조건을 바꿨다. 당초 '계약금 10%에 이자후불제'였던 분양조건을 '계약금 5%에 무이자'로 변경한 것.
이에 따라 분양가 3억600만원인 32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추가로 내야했던 1300만원 가량의 이자는 회사가 대신 부담한다. 월드건설은 형평성을 고려해 최초 분양자들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줄 계획이다. 월드건설 김학수 과장은 "회사가 금융비용을 부담함에 따라 평당 40만원 가량의 할인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이 서울 양천구 목2동에 분양 중인 '두산위브' 아파트도 최근 분양 조건을 변경해 회사가 고객의 중도금 대출 이자를 대신 부담키로 했다. 섀시도 무료로 시공해 준다.
분양가를 깎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동원낙성타운을 지은 동원메이드건설은 3억3500만원짜리 35평형 아파트를 5%(약 1700만원) 할인해 분양 중이다. 7월에 이미 입주를 했지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아직까지 물량이 일부 남은 것. 이 회사 김 이사는 "98년 건설사업을 시작한 이후 분양가를 깎아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상가도 할인 판매= 택지지구 내 상가들도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사실상 할인 분양이 실시되고 있다. 아파트 분양과 다른 것은 개별 협상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가격이 할인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상가정보 제공업체인 상가114에 따르면 경기 용인 죽전과 남양주 평내, 인천 삼산지구 등의 근린상가들은 1~2년 전 분양 당시보다 평당 200만~400만원 가량 할인된 가격에 분양되고 있다.
예컨대 올해 7~8월 입주가 시작된 죽전택지지구내 P상가 1층의 경우 평당 2900만~3100만원이던 분양가가 최근에는 2500만~2900만원으로 낮아졌다는 것.
상가114의 유영상 투자전략연구소장은 "택지지구 내 아파트 입주율이 저조해짐에 따라 상가가 당초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나 상가의 분양가가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주변 시세보다 비싸다는 지적도 많다.
닥터아파트 강현구 정보분석실장은 "최근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털기 위해 사실상 가격을 인하하고 있지만 최근 2~3년 사이 아파트 분양가가 워낙 많이 올라 주변 시세에 비해 여전히 평당 가격이 비싼 아파트도 많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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