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이승엽이 내년 1루와 외야 수비에 도전한다. 다음달 중순부터 열리는 팀 추계훈련에서 본격적인 외야수 연습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7일 회식 자리에서 보비 밸런타인 감독이 이승엽에게 ‘선수로서의 폭을 넓히기 위해 복수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의 통역을 맡고 있는 이동훈씨는 30일 전화통화에서 “밸런타인 감독과 이승엽이 점심식사를 같이 했으며 밸런타인 감독이 외야 수비 얘기를 했다. 이승엽도 ‘긍정적으로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확인했다.
이승엽의 외야수 변신은 팀내 입지를 넓히기 위해 필요한 작업. 올해 주전 1루수 후쿠우라와의 1루수 경쟁에서 탈락한 이승엽은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했으나 102경기에서 타율 0.240(333타수 80안타)에 14홈런 50타점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수비는 포기하고 타격만 전담하는 지명타자의 성적이 이 정도라면 낙제점. 게다가 국내에서 항상 수비를 겸했던 이승엽 자신도 “수비를 안 하고 타격만 하니 리듬을 제대로 타지 못하겠다”며 시즌 내내 어려움을 호소했다.
따라서 그의 외야수 변신은 팀과 본인을 위해 꼭 소화해야 하는 과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이미 올 시즌 밸런타인 감독의 지시로 틈틈이 외야수 수업을 해 왔다. 6월 2일 가나가와현의 가와사키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2군 경기에선 좌익수로 출전, 두 차례 뜬공을 잡아냈고 안타의 펜스 처리도 잘 하는 등 무리없는 수비를 보여줬다. 이동훈씨는 “1군에 복귀한 뒤에도 가끔 외야에 나가 훈련했었다”고 전했다.
이승엽은 국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1996년 46차례 좌익수로 뛰는 등 총 48경기에 외야수로 출전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97년부터 1루수로만 뛰어 아무래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어깨는 좋지만 발이 느려 외야수로 적합한 스타일은 아니다.
이승엽은 25일부터 2주간 일본 가고시마의 센다이 캠프에서 열리는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 뒤 11월 중순 귀국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을 방문 중인 밸런타인 감독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현대-SK전을 관람한 뒤 “이승엽이 올해는 새로운 야구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이 안 돼 힘들었지만 내년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프로야구를 보고 싶어 왔다”고 했지만 일본 언론은 임창용(삼성) 박명환(두산) 브룸바 피어리(이상 현대) 등 지바 롯데가 스카우트할 만한 선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