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과거사… 청년 실업…▼
요즈음 우리 경제에서는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이 기업이나 소비자의 심리에 스며들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기업의 투자부진이나 신용불량자 문제 등 직접적인 것도 있지만 그 외에 심리적으로 두려운 요인들이 장단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먼저 기업들이 우리 경제에서 두려워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과격한 노사관계,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의 정책 논란, 반기업적 정서, 행정수도 이전 논쟁, 과거사 진상규명 논란, 미군철수 문제, 국제 유가의 50달러 돌파 등을 들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가 원만한 노사관계다. 그러나 현 정부 초기에 과격한 노사분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노동자측에 치우치는 인상을 줌으로써 기업에는 노사문제가 두려움의 대상으로 심어졌다. 또한 소득증대가 늦어지더라도, 성장이 좀 낮아지더라도 분배 측면을 우선하겠다는 정부의 기류도 기업에 두려움을 준다. 행정수도 이전, 과거사 진상규명 등의 정치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오는데도 경제보다는 정치 논쟁에 열중하는 모습이 기업에는 두려울 뿐이다. 그 외에 계속되는 국제 유가의 상승이 과연 우리 경제에 어떤 찬물을 끼얹을지도 두려울 뿐이다. 이러한 심리적 두려움들은 경제를 위축시키고 경제 회복의 기회를 줄이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경제에서 두려워하는 것들로 청소년 실업자 증가,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난, 신용불량자 문제, 물가상승의 가속화, 기업가 정신의 쇠퇴와 소비자 동향지수의 악화 등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청소년 실업의 예를 보아도 집안에 자녀나 손자손녀가 학교를 졸업하고도 1년 이상 실업 상태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경제에 대한 두려움이 자연히 커질 것이다. 더욱이 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돼 정리해고되는 사례가 는다면 두려운 마음은 가중될 것이다.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 남은 것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소비자 동향지수가 2000년 4·4분기(10∼12월) 이후 최악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는 경제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으로 작동해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게 한다.
▼경제 살리려면 마음을 돌려야▼
이와 같이 우리 경제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상 단기간 내에 경제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경제의 침체는 가속화되고 성장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이제 정부의 경제정책은 ‘심리전’의 일환으로 돌아서야 할 때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이자율의 하락에 의한 경제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경제적 두려움이 우리 주변에 퍼져 있다. 따라서 각 경제주체가 경제 문제에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벗고 ‘우리를 번영시키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심리적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곽수일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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