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샤라포바 ‘서울의 키스’…한솔코리아오픈 우승

  • 입력 2004년 10월 3일 18시 23분


‘미녀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한솔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7월 윔블던 우승 이후 3개월 만의 우승이어서 기쁨 두 배. 전영한기자
‘미녀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한솔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7월 윔블던 우승 이후 3개월 만의 우승이어서 기쁨 두 배. 전영한기자
‘괴성녀’는 평소와 달리 1세트 첫 번째 게임부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전날까지는 경기가 어느 정도 흐른 뒤에나 시작되던 고함이었다. 1만명에 가까운 관중이 빼곡히 들어찬 코트는 정적 속에 그의 기합소리만 메아리쳤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1세트 초반 긴소매의 윗옷을 벗고 어깨가 다 드러나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3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한솔코리아오픈(총상금 14만달러) 단식 결승. 세계 랭킹 8위로 톱시드인 마리아 샤라포바(17·러시아)는 세계 100위인 마르타 도마초브스카(18·폴란드)를 59분 만에 2-0(6-1, 6-1)으로 가볍게 눌렀다.

7월 윔블던 우승 이후 3개월 만의 정상 복귀. 시즌 3승이면서 통산 5승. 우승 상금은 2만2000달러.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몰려든 관중은 샤라포바의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죽이며 플레이를 지켜봤다. 샤라포바도 믿어지지 않는 예리한 각도의 스트로크와 구석을 찌르는 강력한 서브로 최상의 기량을 마음껏 떨쳤다.

샤라포바는 1회전부터 우승할 때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고 평균 경기시간은 60분 안팎에 그칠 만큼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샤라포바 신드롬’이 생길 만큼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샤라포바는 저팬오픈 출전을 위해 4일 오전 일본 도쿄로 떠난다.

한편 여자복식 결승에서는 삼성증권의 조윤정-전미라조가 대만의 추앙치아정-시에수웨이 조를 2시간10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2-1(6-3, 1-6, 7-5)로 이겨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WTA투어 우승을 맛보며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선수끼리 호흡을 맞춘 투어대회 복식우승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 남자선수로는 이형택이 2003년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시벨오픈에서 블라디미르 볼치코프(벨로루시)와 짝을 이뤄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아름답고 굉장한 도시… 내년에도 와야죠”

“내년에도 꼭 다시 한국에 와 타이틀을 방어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WTA투어 대회에서 뜻 깊은 원년 챔피언에 오른 마리아 샤라포바. 경기 후 그는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핸드백을 들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제 우승도 했으니 놀이동산과 백화점으로 나들이가려는 것. 모처럼의 자유시간에 들떠 있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우승 소감은.

“너무 기쁘고 기분 좋다. 모든 사람들이 우승할 거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우승하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 찾은 한국의 느낌은?

“아주 편했고 다들 잘해주셨다. 많은 곳을 가봤지만 서울은 아름답고 굉장한 도시다. 내 이름을 불러주고 늘 응원해 준 한국 팬에게 감사드린다. 어제 저녁 처음으로 한국음식(갈비)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

―경기 후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하던데….

“미국에 있는 엄마에게 했다. 새벽이라 주무시는 걸 깨워 우승했다고 알려드렸다. 기뻐서 좋은 꿈을 꾸실 것이다.”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체력과 네트 플레이, 일관성을 보완해야 한다. 강한 상대를 맞아 인내심을 키워야 하고 야간경기 적응력도 높여야 한다. 세계 1위에 올라서고 싶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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