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해 9시 뉴스를 보니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시위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하고 있었다. 시위자들은 “성매매 단속을 2007년까지 유예하라, 생계대책을 세우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기자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은 자신의 업(業)으로 가계를 꾸려 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시위를 일상적으로 보고 다니지만 유별난 시위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춘을 하는 여성이 대명천지에 자신을 ‘그래, 나 매춘했다’고 밝히는 점이 그렇고, 전국에 나가는 텔레비전 뉴스 카메라에 보란 듯이 나서는 모습이 그랬다.
▷인터넷에도 성매매특별법 관련 기사가 넘치고 있었다. ‘경찰 성매매 범죄 신고보상금 지급’ ‘성 매수 20대 홧김에 경찰 신고’ ‘주택가, 기숙사 파고드는 성매매’ ‘7일 전국 집창촌 대표 여의도 집회 계획’ 등이다. 특별법 시행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 주는 기사 리스트다.
▷개혁정치를 성공적으로 펼치려면 사회경제적 토대가 견실해야 한다. 특히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 개혁정책을 펴기는 매우 어렵다. 추석 때 정치권에 전해진 민심에 따르면 민생경제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으며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도 형편없다. 참여정부는 취약해진 사회경제적 토대를 중장기적으로 만들면서 개혁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혁정책은 대중적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하물며 민생경제가 허약해 민심이 고르지 못할 때는 개혁이 오히려 불만을 야기한다. 현재 참여정부가 처해 있는 딜레마다.
이 수 훈 객원논설위원·경남대 교수·국제정치경제 leesh@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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