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8기 국수전…파상 공세

  • 입력 2004년 10월 6일 17시 01분


바둑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진행된다. 두 기사는 칼을 들고 마주 선 검객 같다. 조심스럽지만 상대의 기세에 밀리지 않으려고 한다. 상대의 의도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허점만 보이면 공격할 태세다.

흑은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61로 자세를 가다듬는다.

흑 61 대신 참고 1도 흑 1로 젖히는 것은 상대를 당장 칼로 내리치는 수. 그러나 백은 14까지 귀에서 살고 중앙도 뚫어 흑의 공격은 실패한다.

흑 65는 선택의 기로다. 참고 2도 흑 1로 이으면 백 2 때 흑 3으로 귀의 백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백 4가 멋진 행마. 흑 5로 위협해도 6으로 살짝 나가는 수가 있어 흑의 응수가 답답하다. 만약 흑이 끝까지 백 4의 한점을 끊으려고 하면 백은 ‘A’에 붙여 타개하는 수단이 있다.

흑 65로 호구 친 것은 중앙 백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겠다는 원성진 5단의 강수.

이창호 9단은 난감하다. 상대가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고 달라붙고 있다. 몸싸움을 꺼리는 그에게는 이런 끈질긴 대응이 껄끄럽다.

이 9단은 우선 백 68로 귀를 살려 놓고 중앙전을 대비한다.

원 5단은 흑 73으로 중앙을 밀었다. 흑은 중앙 백을 쉼 없이 몰아치고 있다. 유연한 바둑을 즐겨 두는 원 5단이 이 대국에서는 악착같다.

원 5단은 이 9단과 LG배 세계기왕전에서 두 차례 만나 모두 졌다. 당시 그는 늘 하던 대로 집짓기 바둑을 두다가 이 9단에게 야금야금 밀린 끝에 완패했다.

원 5단은 이 9단에게 ‘집짓기가 아닌 공격’으로 다시 한번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9단을 조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해설=김승준 8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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