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섰던 현대 김시진 투수코치는 텅 빈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그의 말처럼 2004삼성증권배 프로야구는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심하게 요동쳤던 시즌. 올해 페넌트레이스를 월별로 정리해 봤다.
○‘오, 롯데. 와, 부산 갈매기’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정수근과 이상목을 영입하며 ‘만년 탈꼴찌’에 나선 롯데. 삼성과의 개막 2연전에서 1승1패로 선전하더니 홈인 부산으로 내려가 두산과의 3연전을 싹쓸이하며 1위로 올라섰다. 부산 팬들은 열광했고 언론은 “롯데가 달라졌다”며 연일 대서특필. 비록 롯데는 4월 한 달간 8승1무15패로 8위에 그쳤지만 매 경기 접전을 펼쳐 홈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사직구장의 4월 평균 관중이 경기당 8408명이었으니 ‘부산의 봄’이 온 셈이었다.
○야생마 갈기 접다
SK 이상훈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떠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6억원으로 올해 프로야구 연봉 랭킹 2위였던 이상훈이 연봉도 포기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홀연히 떠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팀 같지도 않은 팀? 다 덤벼봐”
시즌 초 두산 김동주는 “우리에게 패한 팀이 ‘팀 같지도 않은 팀한테 졌다’는 말을 했을 때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심재학과 정수근이 다 빠져나간 두산은 시즌 전만 해도 꼴찌 후보.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통 큰 야구’가 빛을 발했고 6월이 지났을 때 두산은 40승1무31패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었다.
○음주, 방망이 폭행…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정수근이 새벽 음주운전과 방망이 폭행, 여기에 사건 은폐를 위한 거짓말로 물의를 빚었다. 가뜩이나 야구 인기가 떨어지는 판에 쯧쯧….
○더그아웃 습격사건
5일 문학 SK-삼성전. 삼성 투수 호지스가 자신에게 빈볼성 볼을 던진 데 앙심을 품은 SK 브리또가 방망이를 들고 3루측 삼성 더그아웃으로 난입했다. SK 카브레라는 이 와중에 싸움을 말리던 삼성 김응룡 감독을 ‘헤드록’하기도 했다. 더그아웃 습격 사건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병풍(兵風) 충격
구속 23명, 불구속 25명, 미검거 3명 등 총 51명. 병역비리에 연루된 선수는 올해 등록선수 465명 가운데 11%에 달했다. 이들은 모두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병풍이 쓸고 간 자리엔 황량함만이 남았다. 불구속 선수들도 병역을 필해야 하는 입장이라 내년, 내후년이 더 걱정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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