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적대적 제휴: 한국, 미국, 일본의 삼각 안보체제’

  • 입력 2004년 10월 8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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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묘한 제휴관계는 공통의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대한 공감대 때문에 성립됐다. 그러나 양국의 제휴관계는 위협의 공유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 여부에 그 미래가 달려 있다. 사진은 경기 동두천시에 주둔한 주한 미군 2사단의 사열 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과 일본의 묘한 제휴관계는 공통의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위협에 대한 공감대 때문에 성립됐다. 그러나 양국의 제휴관계는 위협의 공유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 여부에 그 미래가 달려 있다. 사진은 경기 동두천시에 주둔한 주한 미군 2사단의 사열 장면. 동아일보 자료사진
◇적대적 제휴: 한국, 미국, 일본의 삼각 안보체제/빅터 D 차 지음 김일영 문순보 옮김/540쪽 2만4000원 문학과지성사

일본은 자국 방위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제안보체제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비전을 담은 ‘신방위대강’을 11월경 최종 확정한다고 한다. 총리 자문기구인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가 총리에게 4일 제출한 보고서에는 일본이 전수방위의 틀에서 벗어나 미국과 함께 세계 각지의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전략적 비전을 담고 있다. 미국 역시 동북아시아를 뛰어넘어 중동지역이나 아프리카지역을 포함하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 차원의 안보협력을 일본에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는 다른 한 축인 한미 안보협력의 상대적 이완 속에서 급속히 전개된다는 점에서 많은 안보전문가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과연 한미일 삼국이 유지해 온 독특한 유사동맹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빅터 D 차의 ‘적대적 제휴’는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데 매우 유용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반목해 온 한국과 일본이 지난 반세기 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수수께끼(puzzle)이며, 이는 전통적인 동맹이론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동맹(alliance)과 제휴(alignment)의 개념을 구분하며, 한일 양국이 전통적인 적대감 속에서도 동맹국인 미국을 공유하며 살아온 지난 반세기를 다양한 사례로 설명한다.

저자는 한일 양국이 동맹국 미국으로부터의 방기(abandonment), 즉 버림받을 수 있다는 위협에 대한 공감대 때문에 독특한 제휴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며, 이는 양국이 실제로 느끼는 공산세력으로부터의 외부적 위협보다 더 중요한 협력요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한미일 삼각관계라는 입체적 틀을 제공함으로써 현대사의 중요한 결정적 순간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결정과 한일협정 비준은 같은 해(1965년)에 일어난 전혀 다른 맥락의 사건으로 다루어져 왔지만, 저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하에서 이루어진 한일간의 대표적인 협력사례로 설명한다.

저자의 탁월한 설명과 희망적인 전망에도 여전히 한미일 안보협력의 미래를 진단하기는 어렵다. 최근 일본의 한류(韓流) 열풍은 일본인들의 한국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순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의 새로운 파워엘리트들이 갖고 있는 과거사 단죄에 대한 집착과 민족공조에 대한 열정, 중국에 대한 지나친 관용과 미국의 오만함에 대한 거부감은 일본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일이 결코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가 잘 지적했듯이 동맹의 생명력은 위협의 공유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층이 방기의 위협보다 미국과의 연루(entrapment) 가능성을 더 두려워하는 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 차보다 더 두려운 것은 한국에 대해서 공동의 가치를 발견할 수 없다는 일본과 미국의 공통된 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원제 ‘Alignment Despite Antagonism:The United States-Korea-Japan Security Triangle’(1999년).

홍규덕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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