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박주영, 마라도나 뺨친 ‘수줍은 킬러’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03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신기의 드리블과 슈팅을 보여준 ‘축구천재’ 박주영. 11일 만난 그는 그라운드에서의 터프한 모습과는 달리 곱상한 외모에 수줍음을 많이 탔다. 아래 사진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장면. 원대연기자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신기의 드리블과 슈팅을 보여준 ‘축구천재’ 박주영. 11일 만난 그는 그라운드에서의 터프한 모습과는 달리 곱상한 외모에 수줍음을 많이 탔다. 아래 사진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는 장면. 원대연기자
“저…, 전 말을 잘 못하는데요. 이렇게 따로 인터뷰하는 것도 처음이라….”

2004 아시아청소년(20세 이하) 축구선수권대회에서 6골을 터뜨려 우승과 득점왕, 최우수선수(MVP) 등 ‘트리플 크라운’을 거머쥔 박주영(19·고려대). 그런 그가 그라운드 밖에선 수줍어 어쩔 줄 몰랐다. 뭘 물어도 멋쩍은 웃음과 함께 “예” “아니요”라는 단답형 대답만 돌아오니 기자가 진땀이 날 수밖에….

그렇지만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야생마. 이번 청소년대회에서도 아시아를 호령한 박주영이다. 11일 귀국해 대구 청구고 동기인 한제광(19·울산 현대)과 함께 대구 집으로 내려가려는 그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겸손한 축구 천재

박주영은 9일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마라도나 같은 멋진 드리블로 4명을 제치고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솔직히 제 드리블 실력이 좋은 게 아니에요. 슛을 하려고 했는데 중국 수비수들의 태클이 들어오기에 슈팅할 공간을 확보하려고 피하다 보니 멋진 골이 나왔을 뿐이에요.”

그는 우쭐대는 법이 없다. 친구 한제광은 “주영이는 갑갑할 정도로 말이 없어요. 잘했을 땐 자랑 좀 해도 되는데…”라고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고교 은사인 변병주 청구고 감독은 “주영이는 천재예요. IQ가 150이나 되거든요. 골을 터뜨리는 본능적인 감각도 뛰어나지만 게임을 읽는 지능적인 플레이는 국내 최고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폭넓은 시야에 탁월한 드리블, 슈팅력 등 골잡이로서 3박자를 모두 갖췄다는 것.

● 기쁨보다는 부담

“오늘 아침 귀국할 때 공항에 많은 분이 나와 환영해 주셨습니다. 고맙지만 부담도 돼요. 제가 나태해질까 봐서요.”

인터뷰 내내 축하와 인터뷰 요청전화가 쇄도했다. 그러나 그는 ‘슈퍼스타’가 된 게 즐겁기 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수많은 글이 올라와 있단다. ‘마라도나 것보다 더 멋진 골이었다’ ‘지금까지 본 골 중 가장 훌륭했다’는 등 칭찬의 글도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더욱 열심히 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돼라’라는 충고의 글도 있다고.

박주영은 독실한 크리스천. 종교는 나태하거나 오만해지는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힘이 된단다.

● 세계 최고의 골잡이를 향해

박주영의 꿈은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나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

훈련 외에는 TV를 통해 빅리그 경기를 시청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과 티에리 앙리(아스날),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어느 한 선수를 흉내 내기보다는 여러 선수의 장점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5)에게선 “말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과 후배들을 리드하는 카리스마를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 공부도 해야 하는데

박주영은 대학 1학년생이지만 한 번도 강의시간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올 초부터 청소년대표팀에 수시로 소집돼 훈련하느라 학교에 갈 틈이 없었기 때문.

“대학 친구도 사귀고 싶고 미팅도 하고 싶은데…. 짬이 없어요. 이번에도 17일까지 쉬고 18일 전남 광양시에서 하는 소속팀 훈련에 참가해야 돼요.”

모처럼 맞은 꿀맛 같은 휴식. 이번엔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도 훨훨 날려 보내고 싶단다. 천재는 역시 외로운 법인가.

■박주영 누구인가

△생년월일=1985년 7월 10일

△신체 조건=182cm 70kg

△포지션=스트라이커

△출신교=대구 반야월초(4학년 때 축구 입문)-청구중-청구고-고려대

△대표 경력=세계청소년선수권대표(2003), 파라과이 친선경기 성인국가대표(2004년 4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표(2004년 10월)

△주요 성적=2003년 금강대기(12골) 문화관광부장관기(9골) 대통령금배(6골) 가을철중고연맹전(12골) 득점왕, 2004년 5월 전국대학축구대회 득점왕(10골), 10월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우승 및 MVP 득점왕(6골)

△취미=인터넷 서핑, 영화 감상,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

△별명=아시아의 마라도나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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