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4년 케네디의 연인 피살

  • 입력 2004년 10월 11일 18시 33분


1964년 10월 12일 낮. 그림 그리기를 막 끝내고 산책에 나선 미모의 여류 화가 메리 메이어는 미국 워싱턴 포토맥 강변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현장 근처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메이어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인이었다. 메이어는 단순히 운 나쁘게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제거’된 것이라는 말이 항간에 떠돌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됐다. 진상 조사를 맡은 워렌위원회는 용공주의자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총알이 등을 뚫고 목 부위로 나왔고 대통령과 동승자에게 모두 7곳의 총상을 입힌 점 등으로 볼 때 단독 범행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사건 당일 체포된 오스왈드는 자신이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다 이틀 뒤 나이트클럽 주인인 잭 루비의 총에 맞아 영원히 입을 닫았다. 루비 역시 1967년 감옥에서 기침과 구토 증세를 보이다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연인 메릴린 먼로는 1962년 8월 사망했다. 공식 발표는 자살. 먼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와도 내연의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는 1968년 6월 암살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된 정신병자 비샤라 시르한의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했다. 로버트는 등 뒤에서 총을 맞았는데 시르한은 앞에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암살 현장의 문틀에 있던 총알 자국은 단서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경찰은 이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문틀은 법원의 명령으로 철거됐다.

음모론자들은 일련의 죽음을 포함한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의 배후로 중앙정보국(CIA)이나 마피아 등을 들며 사실상의 쿠데타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쩌면 밝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여기자 도로시 킬갈렌은 루비를 인터뷰하는 등 케네디 암살 사건을 취재했다. 일부 의혹은 기사화했고 나머지는 책에 담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1965년 11월 자신의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경안정제 과다 복용에 의한 자살로 판정됐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