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몸던진 곰 vs 둔한 사자

  • 입력 2004년 10월 13일 23시 40분


13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 더그아웃은 파스 냄새가 진동했다. 라커룸 앞 복도에는 붕대 조각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그만큼 두산 선수들은 경기 내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몸을 사리지 않았다.

4회에는 2사 후 2루 주자 전상렬이 삼성 선발 김진웅의 폭투를 틈타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홈을 밟아 선취점을 뽑았다. 5회 2루수 안경현은 자신의 파울 타구에 발목을 맞고도 안타를 친 뒤 절뚝거리며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도루까지 성공했다. 안경현은 3-0으로 앞선 6회 1사 만루에선 유격수 앞 땅볼을 때린 뒤 병살타를 피하기 위해 1루에 슬라이딩까지 하는 투혼으로 소중한 4번째 타점을 올린 뒤 부상 악화로 교체됐다.

당초 두산은 삼성에 비해 투타에서 모두 열세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빠른 발을 앞세운 기동력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으로 예상을 깨며 기선을 제압했다.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7개를 몰아치며 2연승을 거둔 데 따른 자신감도 컸다.

반면 정규리그 종료 후 7일을 쉬고 나온 삼성은 집중력이 떨어졌다. 단기전은 역시 객관적인 전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미가 있다.

대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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