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사는 중국계 작가 샨 사(34)의 장편 3편이 국내에서 연이어 출간됐다. ‘측천무후’(현대문학), ‘바둑 두는 여자’(〃), ‘천안문’(북 폴리오)이 그것이다.
샨 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연상시키는 측면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인 나보코프가 영어로 ‘롤리타’를 써 냈다면, 중국인 출신인 샨 사는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자란 그녀는 1990년 프랑스문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파리로 건너갔다. 7년 후 펴낸 첫 소설 ‘천안문’으로, 공쿠르상 심사위원회에서 그해의 처녀작 가운데 최고 작품에 주는 ‘공쿠르 뒤 프르미에 로망 상’을 받았다.
그녀의 문학적 성공은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아홉살 때 첫 시집 ‘얀니의 시(詩)’를 펴내 예술 신동으로 소문나기 시작했다. 1988, 1989년 시집 ‘고추잠자리’와 ‘눈’을 잇달아 펴냈으며, ‘눈’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베이징의 별’에 선정돼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파리로 간 후 그녀는 폴란드 귀족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약한 초현실주의 화가 발타자르 클로소프스키 데 롤라(일명 발튀스·1908∼2001년) 백작의 딸과 사귀게 돼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던 발튀스의 비서가 된다. 그녀는 발튀스 부부를 따라 스위스로 가서 생활하며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는 꿈을 구체화하게 된다.
2001년 ‘바둑 두는 여자’를 펴낸 그라세출판사는 이 소설이 큰 성공을 거두자 샨 사에게 미리 원고료를 지급하며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을 우리 출판사에서 펴내자”고 제의해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샨 사는 이후 다른 구상을 해 ‘측천무후’를 썼고 이를 알뱅 미셸 출판사에서 펴냈다. 그러자 두 출판사는 ‘측천무후’ 판권을 놓고 법정소송으로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샨 사는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바둑 두는 여자’로, 프랑스 고교생들에게서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작품에 주는 ‘공쿠르 데 리세앙’ 상을 받았다.
청나라 귀족 가문의 후손인 한 중국 소녀와 만주국 주둔군으로 건너온 일본군 장교가 바둑꾼들이 모여드는 ‘첸훵 광장’의 한 귀퉁이에서 우연히 만나 대국을 거듭한다. 일본군 장교는 민간인으로 변장한 모습이었고, 중국 여성은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었다.
‘200수가 넘자, 흑돌과 백돌은 포위한 돌이 다시 포위되는, 함정으로 가득한 복잡한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좁은 통로, 미세한 공간을 두고 다툰다.’
대국의 긴장감은 두 사람이 좁다란 인력거를 타게 되자 곧바로 흥분으로 바뀌고 만다. ‘그녀의 차가운 피부가 내 피부 위에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그녀의 목에서 처녀의 향기가, 녹차와 비누 냄새가 풍긴다.’
그러나 전란의 시기, 적국의 국민으로 만난 두 사람은 대국을 통해 사랑의 열기를 높여 가지만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운명을 어쩌지 못한다.
화가이자 서예가이기도 한 샨 사는 미술전과 서예전을 모두 세 차례 파리에서 열었다. 프랑스 잡지 ‘마담 피가로’는 “파리의 유명 인사들이 그녀의 전시회에 모두 몰려들었다”고 소개했다. ‘바둑 두는 여자’에서도 화가로서 그녀의 시각적인 글쓰기 기량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원제 ‘La joeuse de go’(2002년)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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