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인주 숲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방식으로 40여년을 살고 있는 저자가 쓴 ‘소박한 삶’에 관한 책이다. 생태적 삶의 실천가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에밀리 디킨슨, 헬렌 니어링 부부의 정신을 계승하는 저자의 주장과 삶이 담겨 있다.
앞서 나열한 사람들과 저자의 차이점은 생태적 삶의 방식을 현대인들이 자신의 삶에 쉽게 접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보라는 것. 그렇게 하면 책 제목 ‘핸드메이드 라이프’처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인생’이 펼쳐진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더 많이 만들어 갈수록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는 것을 한마디로 ‘삶의 공예술(工藝術)’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우선 집을 ‘유르트’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짓고 산다. 유르트는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전통 주거형태로 펠트 천으로 만든 둥근 천막이다. 유르트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에 매료된 그는 이를 북미에 도입해 40여년 동안 300여 채를 지어 보급하기도 했다.
저자는 유르트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배운 자급자족 생활방식을 토대로 소박한 삶을 일궈가면서 얻은 경험과 성찰, 그리고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등을 차분하게 책에 담았다.
낫, 손도끼, 나무 깎기 받침대, 의자, 나무 그릇, 빗물 홈통 등 실생활에 유용한 물건들을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부분도 눈에 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체험한 여러 문화권 사람들과의 우정, 그들로부터 배운 소수민족의 지혜와 그 속에 담긴 독특한 미의식에 대한 시선이 새롭다.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 다른 존재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여인의 얼굴, 화려한 보석을 아름답다 말하지만, 현미처럼 도정하지 않은 곡물로 만든 빵이나 애정을 넣어 짠 벙어리장갑에서 더 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견고한 껍질의 속을 들여다 볼 줄 알게 되면,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러면 삶을 보는 시각도 새로워진다. 기왕에 존재했던 아름다움의 개념 속 폭력을 제거하면,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한발 다가설 수 있다.’
노동을 통한 영혼의 정화를 강조하는 저자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에야 비로소, 고역이 아닌 진정한 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생은, 누구나 각자 스스로 값지다고 여기는 것들을 찾아 나서는 보물찾기다. 돈, 명예, 승리도 보물이지만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투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혜, 건강, 기술처럼 우리가 찾는 보물이 무한히 샘솟을 수 있는 것이라면, 또는 사랑, 우정, 정의처럼 남들을 돕는 보물이라면, 이미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원제는 ‘A Handmade Life’(2002년).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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