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11단계 하락의 충격▼
WEF의 성장경쟁력지수는 기술혁신과 기술전파 능력을 평가하는 ‘기술력지수’, 시장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량을 평가하는 ‘공공제도지수’, 거시경제 안정, 국가신용도 및 정부의 재정능력을 나타내는 ‘거시경제환경지수’ 등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계산한 지수다. 이 지수는 다양한 경제 데이터와 전 세계 8700명의 기업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경쟁력지수와 더불어 가장 공신력 있는 국가경쟁력지수로 알려져 있다.
WEF에 의하면 우리 국가경쟁력의 추락 원인은 핵심지수 세 가지가 모두 작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국가경쟁력이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약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추락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보다는 정부부문의 경쟁력 하락이 더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지수 중 기업의 경쟁력과 연관이 있는 기술력지수는 작년보다 3단계 떨어진 9위로 그렇게 악화된 것은 아니며, 성장경쟁력지수와 더불어 발표되는 기업경쟁력지수 또한 작년보다 1단계 떨어진 24위를 기록함으로써 별로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정부의 경제운용능력을 나타내는 거시경제환경지수는 작년보다 무려 12단계가 낮은 35위로 추락했다. 이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내년도의 어두운 경기전망, 기업대출의 어려움, 노사관계 불안정, 불요불급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정부예산 낭비 등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역량을 평가하는 공공제도지수도 36위에서 41위로 떨어졌는데 정부부문의 팽창과 정부개혁의 부진, 비효율적인 코드 인사정책, 부정부패 등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실패 외에 이번에 성장경쟁력지수가 떨어진 더 중요한 원인은 기업경영자들의 정부에 대한 불안감 또는 불신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번 WEF 보고서는 공표된 경제 데이터와 함께 기업경영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경영자들은 현 정부가 경제성장에 진력하기보다는 수도 이전,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진보적 개혁에 정권의 운명을 걸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현상을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데 정부에 대한 이러한 불신 정서가 조사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 성장에너지 결집시켜야▼
그리하여 정부가 온갖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내수를 살려 보려고 했지만 기업투자는 꼼짝하지 않고, 그 결과 국가부채만 늘어났을 뿐 국민의 고통지수는 더 높아지고 경제 불황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정부의 실패가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지수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는 국론을 더 이상 분열시키기보다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거울삼아 잠재된 우리 국민의 성장에너지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가경쟁력 증대와 경제회생에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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