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권씨 성을 가진 두 명의 투수가 눈부신 활약으로 삼성에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안겼기 때문이다.
‘중고 신인’ 권오준(24)과 왼손잡이 권혁(21)이 바로 그들이다. 권 팀장에게 권오준은 같은 항렬이며 권혁은 조카뻘.
삼성의 ‘쌍권총’이라는 이들은 포스트시즌 들어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해병대 병장 출신으로 올해 뒤늦게 프로에 뛰어든 권오준은 정규리그에서 11승을 거둔 상승세를 몰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1세이브를 올렸다. 2차전 때는 3-1로 앞선 9회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소중한 첫 승을 지켰다.
권혁에게는 동료들의 병역비리 파문이 오히려 기회였다. 왼손 불펜 오상민과 지승민이 ‘병풍’으로 출전금지 징계를 받으면서 빈자리를 차지한 뒤 최고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앞세워 삼성 불펜을 지켰다. 3차전에서 1-0으로 간신히 앞선 6회초 등판해 3과 3분의 2이닝 동안 삼진 5개를 뽑아내며 두산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아 1패 뒤 2연승을 주도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삼성 김응룡 감독은 이 경기가 끝난 뒤 “권혁이 너무 잘 던졌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웠을 정도.
삼성 선동렬 수석코치의 애제자로 꼽히는 권오준과 권혁은 원정을 다닐 때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플레이오프 기간에도 “잘해보자”고 파이팅을 다짐한 이들은 이제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승리의 주역이 되겠다는 각오. 현대와의 정규리그에서 권오준은 9경기에 1승을 올리며 평균자책 3.80을 기록했고 권혁은 5경기에서 승패는 없지만 평균자책은 0.96.
빡빡 깎은 머리에 ‘V’자를 새긴 권오준과 삭발하면서 역시 머리에 삼성의 세 번째 정상 등극을 꿈꾸며 ‘3’자를 새긴 권혁의 야망은 이루어 질 것인가.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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