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열린 여자 고등부 경기에서 한 팀은 교체선수 없이 정말 눈물겹게 열심히 뛰었다. 거의 승리를 낚는 듯했으나 아쉽게도 막판 역전패를 당했다. 억울하다고 느낀 해당 팀 감독은 경기 도중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불만을 그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심판과 감독은 어디까지나 조연이다. 주연은 선수와 관중이다. 심판과 감독. 경기를 하다 보면 불만이 생기고 삿대질이 오갈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와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이 과연 흥분한 자신들의 행동을 좋게 바라보겠는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 경기는 혼탁해지게 마련이다.
최근 경기장에는 “이기면 감독 덕분이고, 지면 심판 탓”이라는 말이 퍼져 있다. 경기의 패인을 심판에게 돌리면 감독 수명이 길어진다는 ‘민망한’ 말과 함께. 경기 성적이 좋아야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고 해당 감독은 승진길이 열리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빗댄 말인 것 같다.
물론 스포츠에서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감독이 승리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 어느 종목, 어느 경기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런 만큼 경기장은 격렬해지곤 한다. 승부욕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감독들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 있다. 바로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판정 불복종, 경기장 난동, 폭언 및 폭력 등이 난무하는 종목은 자연스럽게 팬들로부터 외면 받고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최근 병역비리로 프로야구계가 한때 흔들렸던 것도 페어플레이를 망각한 승부욕 탓이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최선을 다해 공정한 승부를 겨루는 모습에 환호하고 갈채를 보내기 위함이다. 힘든 일상의 세계에서 잠시 떠나 승부의 공평함을 보고 다소나마 마음을 평정을 되찾고 삶의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함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 페어플레이를 보여 주는 것은 감독과 선수, 심판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얼마 전 서울에서는 프로농구연맹이 프로농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색 행사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감독은 어떠한 판정에도 승복하고, 심판은 공평무사한 경기 진행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선언문 낭독식이 포함된 것. 너무도 당연한 일을 이런 공식적인 행사까지 하면서 구태여 강조해야 할까 하는 시각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건설적인 다짐이라고 보고 싶다.
꼴찌에서 우승 신화를 이룩한 미국프로농구(NBA) 팀 보스턴 셀틱스의 릭 피티노 감독. “승리를 희망하고 기원할 수는 있으나 정말 중요한 것은 승리하기 위한 자격을 갖추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제일의 가치로 삼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한종우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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